거침없는 朴心… ‘MJ 정조준’ 당내 실력행사 신호탄

입력 2010-01-18 21:53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8일 자신의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비판한 정몽준 대표에 대해 “판단력에 오류가 있다” “정치적 책임을 지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원칙과 신뢰만 강조해왔던 것과 달리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친박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논란에 이어 다가올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본격적인 당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의 강경 발언이 그의 정치 행보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친박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과거 수세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본인의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면서 “지금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 원리원칙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당 대표든 청와대든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이후 대선까지 내다보며 본격적인 당내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 “이런 식이면 공약한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데,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멀게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선거공약과 그에 대한 약속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 전 대표가 정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한 것은 정책대결을 넘어 권력투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세종시 문제는 정책 문제를 넘어 헤게모니 싸움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친이계를 대변하며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정 대표를 직접 겨냥해 책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 문제는 대권 전략 차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로 누구든지 앞길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강공이 친박 의원들에 대한 내부단속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일부 친박 의원들은 세종시에 부처 3∼5개를 옮기는 대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 모든 중재안을 일축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거듭된 강경 발언으로 세종시 문제에 대한 당내 친이-친박 간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