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값 高 高… 철강재 가격 들썩인다
입력 2010-01-18 20:04
中 수입 급증 영향… 건설 등 후방산업 부담 커질 듯 포스코 “가격변동 일부 흡수… 불가능땐 시장에 전가”
고철(철스크랩)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고철이 원료인 철근 및 열연강판 등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조짐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철근 및 열연강판 할인 판매를 축소키로 한 데 이어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근 및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건설·자동차·전자 등 후방산업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고철을 원료로 쓰는 주물업계는 물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입업협회는 최근 ‘2009년 12월 원자재 수입가격 동향’ 발표에서 철강재 가격이 11월에 비해 5.46% 상승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수입된 고철가격은 같은 기간 t당 330달러에서 355달러로 7.58% 올랐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 평균 고철(미국산 기준) 수입가격은 지난해 10월 평균 t당 295달러에서 이달 현재 384달러까지 치솟았다.
고철 취급 업체들 모임인 한국철강자원협회는 18일 “고철가격 상승은 철근가격에 직결된다”며 “수급 불안과 원자재 가격급등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주물공장이나 자동차 부품의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산 고철 70만t을 한꺼번에 구입했고, 이 바람에 국제 고철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다시 대규모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철을 원료로 한 국내 제품가격도 인상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 동부제철 등 고철을 원료로 쓰는 전기로 업체들은 이르면 1분기 중 철강재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철근을 t당 69만1000원에서 2만∼3만원 할인해주고 있는 현대제철의 경우 제조원가가 올라 할인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료가격을 반영, 할인폭 축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할인폭을 줄이면 곧 가격이 오르는 셈이어서 건설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자동차·기계구조 및 강관 등의 원료 열연강판은 이미 오름세다. 지난해 말 t당 68만원대 안팎이던 것이 70만원대로 상승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오르고 있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1분기에는 더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동부제철은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올해 매출 목표치도 4조원 이상으로 수정했다.
한편 철광석 및 원료탄 등 쇳물을 만드는 공정인 제선 원료값도 강세다. 금속전문지 메탈 불레틴 등에 따르면 세계 철강시장 회복 조짐에 따라 철광석 현물(스폿) 가격은 지난해 3월 t당 89달러에서 이달 130달러, 원료탄 가격은 지난해 2월 t당 115달러에서 이달 180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14일 CEO포럼에서 “원료값이 오르면 내수가격도 조정해야 한다”며 “가격 변동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불가능할 경우 시장에 전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김용준 대학생 인턴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