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민신뢰 잃은 것 책임져야”… 박근혜,정몽준에 직격탄

입력 2010-01-18 21:48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8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정몽준 대표에게 입장변화에 따른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가 다시 반박하고, 범친이계에서 분당론까지 제기하면서 여권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가) 불과 얼마 전까지 원안 추진이라는 당론에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이렇게 (입장을 바꿈으로) 해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은 책임질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수정안에 찬성하는 건 애국이고, 원안을 지키는 것은 나라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는 시각은 크게 잘못됐고, 사고 자체에 판단 오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원안 추진이 나라를 위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 그렇게 공약하고 약속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면서 “이런 식이면 공약한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데,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정 대표가 지난 14일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중국 고사를 인용, 자신을 비판한 것도 정면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이해가 안 된다. 그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당 대표라고 해서 정부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면 이는 조금 지나친 말씀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정부가 발전 방안(수정안)을 발표한 만큼 당연히 찬성, 반대 토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면서 “자유로우면서도 경우에 맞게 찬반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가 정부안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것처럼 누구든 의사를 표시해야 하며, (서로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범친이계인 홍준표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 전 대표에 대해 “내 소신만 중요하고 남의 대다수 소신을 접으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독불장군”이라며 “그런 식으로 정치하려면 탈당할 생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 의원도 “민주당은 세종시 문제를 계속 끌고 가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렬히 저항하는 것이고, 그런 구도 속에 박 전 대표가 빠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결과적으로 야당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신뢰가 중요하지만 신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