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규모 폭동 조짐… “이달 말까지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10-01-18 21:40

경찰·폭도 곳곳서 충돌… 약탈 1명 총맞아 숨져 생존자 구출 지지부진… 구호품 배급 늦어 혼란 반기문 총장 “인도주의적 위기” 유엔 지원 약속

아이티 정부가 이달 말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 달간 애도 기간을 갖겠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폭동 조짐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아이티 정부 관계자는 “거리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미군이 추가 투입됐고, 생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티 현지 경찰은 폐허가 된 포르토프랭스 여러 곳에서 폭도들이 경찰과 언론인, 민간인 등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맞서 경찰은 도심 지역에서 수백명이 한 상점을 약탈하자 총격을 가해 30대 남성이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경찰은 약탈자들과의 충돌이 계속되자 무장 경찰을 증강 배치했다. 특히 대통령궁 인근 라빌 지역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주변을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특히 해외 각국에서 도착한 구호물자와 구호품의 배포가 늦어지고 있어 약탈 차원을 넘어 대규모 폭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촉즉발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재해전문가들은 아이티를 재건하는 데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 아이티 정국 불안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존 한계 시한인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사망자의 시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구출 소식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아이티 당국이 매장했다고 밝힌 시신만 해도 7만구를 넘어섰다. 전체 사망자 추정치도 점차 상향 조정되면서 최대 20만명 선이 될 것이라고 아이티 정부는 밝혔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매장하거나 거리에 방치된 경우 정부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의 경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거리에 방치되고 있어 대규모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150만명이 이번 지진으로 집을 잃었다.

외국인 희생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각국이 집계한 사망자 및 실종자 통계에 따르면 현재 30여개국 1700여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다. 유엔의 경우 포르토프랭스 주재 직원 40여명이 숨지고, 330명 가까이가 실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인 사망자는 16명에 달한다고 미 국무부가 확인했다. 특히 캐나다인은 8명이 숨지고, 무려 1115명이나 실종된 상태다.

반면 현재 활동 중인 43개국 1700여명의 국제 수색구조팀이 구출한 생존자는 70여명이다. 지난 16일 12명, 17일 최소 4명 등 구출자 규모는 줄고 있다. 현재 국제구조팀은 지진이 강타한 지역을 시계 방향으로 진행, 약 60% 지역에 대한 수색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포르토프랭스 내셔널 팰리스 광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수십년래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 중 하나”라면서 “아이티 국민들은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유엔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반 총장은 유엔안정화지원단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이선희 소령을 만나 격려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