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원 내세워 영향력 확대… 강대국들 ‘동상이몽’

입력 2010-01-18 18:34


지진 구호를 내세워 각국이 중남미 최빈국 아이티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겉으론 인도적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중남미 교두보인 아이티에 대한 외교 파워를 키우고,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아이티는 1914년부터 1934년까지 미국의 식민지였으며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도 번번이 군사 개입을 했었다. 현재 아이티에 3000여명의 병사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치안 유지를 위해 7000여명의 병사를 더 보낼 예정이다. 이미 행정 기능을 상실한 아이티 정부는 아예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 제공권을 미군에 넘겼다. 미국 월스리트저널(WSJ)은 16일 “대지진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된 아이티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남미 좌파정권들은 벌써부터 미국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7일 미국이 지진참사를 이용해 아이티 점령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중미 좌파지도자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도 이를 거들었다.

과거 아이티를 식민지로 거느렸던 프랑스는 지난 15일 자국의 항공기 2대가 관제탑을 통제하고 있는 미군에 의해 아이티 입국을 거부당한 뒤 미국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아이티를 직접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아이티에 병력을 주둔시키면서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오 다 실바 대통령 측은 “필요할 경우 병력 증강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은 아이티에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2004년 구성된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에 참여, 평화유지군 7000여명 중 가장 많은 1200여명을 보낸 상황이다. 각국의 ‘동상이몽’이 한창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