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단 시찰 평가회의’ 예정대로 개성공단서 개최

입력 2010-01-18 18:27

북한이 19일 개성공단에서 열기로 한 해외공단 시찰 평가회의를 정상 개최키로 했다. 북한의 ‘보복성전’ 발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해·공 합동훈련 참관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은 일단 피한 것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북한이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명의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우리 측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방북 동의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 대표 등 우리 측 회의 참가자 9명과 지원 인원 7명 등 총 16명은 19일 오전 11시10분쯤 방북해 지난달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공단 시찰 결과에 대한 평가회의를 1박2일 일정으로 가질 예정이다.

북측에서도 해외공단 시찰에 동행했던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10명이 평가회의에 참석키로 했다.

북측이 당초 합의한 대로 평가회의를 정상 개최키로 한 것은 체제 안보와 관련된 원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노선을 고수하겠지만, 개성공단 개발과 같이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남북간 경제협력 사업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국방위 대변인 성명은 나왔지만 북측이 남북간 경협이나 인도적 사안은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며 “관광재개를 위한 금강산 실무접촉도 남쪽이 응하기만 하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논설을 통해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입장을 가지고 관계개선을 위한 길에 주저없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체제 안보와 비핵화, 평화 체제 문제에 대한 북한의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은 고수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이 다시 열리려면 회담을 파탄시킨 원인이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돼야 한다”면서 “우리가 제재 모자를 쓴 채로 6자회담에 나간다면 그 회담은 평등한 회담이 아니라 ‘피고’와 ‘판사’의 회담이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취해진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영변 5㎿ 원자로와 핵연료봉 제조공장의 재가동 등 추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다시 한번 쐐기를 박은 것”이라며 “6자회담 복귀와 제재 해제의 순서를 놓고 북·미간 지루한 힘겨루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