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대학 5학년’… 졸업 유예제 확산

입력 2010-01-18 21:46

극심한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보 또는 연기하는 ‘대학 5학년생’이 늘면서 대학들의 ‘졸업 유예제’가 확산되고 있다.

취업을 목적으로 휴학하거나 필수과목을 수강하지 않는 등 편법으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자 대학들이 궁여지책으로 졸업 유예를 양성화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대는 올 2월 졸업 예정자부터 졸업 유예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부산대는 졸업 유예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수업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기성회비의 20%를 내면 재학생 신분으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재학생처럼 기숙사 도서관 등 학교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한국해양대와 신라대 등이 2008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해양대의 경우 시행 첫해 16명이던 신청자는 지난해 131명으로 8.2배 늘었다. 신라대도 2008년 졸업유예 신청자가 22명에서 지난해 37명으로 늘었고, 부산외대는 2008년 13명에서 지난해 19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부경대와 동아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른 지역 국립대 중에는 충남대와 강원대 등이 올 2월부터 졸업 유예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졸업 유예 신청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백수’인 상황에서 졸업생보다 졸업 예정자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산대 영문학과 김모(25)군은 “기업체에서 미취업 졸업자를 무능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아 졸업 유예를 신청했다”며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더 쌓아 이르면 8월, 늦어도 내년 2월에는 취업해 캠퍼스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대 김형진 홍보실장은 “최근 심각한 취업 부진이 ‘대학 5학년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의 취업 지원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이 졸업 후에도 대학이 나서서 취업을 도와주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숙명여대는 학사학위 취득 후 1년 이내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학사후 과정’을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는 졸업자와 실직자를 대상으로 ‘동반자 사회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외국어대도 졸업생이면 누구나 무료로 6주간의 실무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졸업생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모규엽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