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20년만에 우파 정권 탄생… 야당 피녜라 후보 당선
입력 2010-01-18 18:16
칠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20년 만에 중도우파 후보가 승리했다.
중도우파 야당 연합인 ‘변화를 위한 모임’ 소속 세바스티안 피녜라(60) 후보는 17일 실시된 대선 결선 투표에서 과반의 득표율로 집권 중도좌파연합(콘세르타시온) 소속 에두아르도 프레이(67) 후보를 눌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로써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 연속 집권한 중도좌파 콘세르타시온은 20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중도우파 정권의 탄생은 칠레 유권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콘세르타시온이 칠레의 현대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년 집권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고, 대통령까지 지낸 구시대 인물을 후보로 내세운 점이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는 3월 11일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피녜라 당선자는 하버드대 대학원 출신으로, 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란’과 공중파TV 칠레비시온, 칠레 최고 인기 축구팀 ‘콜로콜로’ 등을 소유한 기업가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09년 현재 피녜라 당선자는 총 재산 12억 달러로 세계 부자 순위 701위에 올라 있다.
중도우파 정권이 탄생했지만 공약 측면에서 ‘콘세르타시온’과 큰 차이가 없어 국내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남미 이념 판도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칠레 대선을 계기로 중도우파의 약진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셈이다. 당장 올해 10월로 예정된 브라질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노동자당(PT) 후보로 유력한 딜마 호우세피 수석장관이 제1 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예비후보 조제 세하 상파울루 주지사에게 밀리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남미 좌파블록’의 분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