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대 일자리’ 대책 들여다 보니… ‘땜질’ 그만 “이젠 양보다 질이다”
입력 2010-01-17 18:31
지난해 정부는 5조원을 들여 총 61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노동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단기적 일자리 양산, 재정 대비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 스스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5조원짜리 일자리 대책의 그림자=지난해 정부가 생각한 희망근로의 당초 목표집단은 최저생계비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과 자산 1억3500만원 이하 저소득계층이었다.
하지만 노동연구원은 “이들보다는 차상위계층을 능가하는 자산과 소득을 가지고 추가 소득을 원하는 비경제활동인구의 참여가 지배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희망근로 참여자의 52.1%는 60세 이상으로 대부분 3인 이하 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3인 이하 가구의 월 최저생계비는 108만원, 차상위계층에 속하려면 월소득이 129만6000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희망근로 참여자 중 29.1%는 월 151만원 이상 소득자였다. 희망근로제 시작을 전후로 공공근로 일자리가 19.6%나 감소하는 등 재정 효과로 한쪽이 부풀면 다른 쪽이 축소되는 구축(驅逐) 효과도 문제로 지적됐다.
2290억원이 들어간 청년인턴제 역시 중소기업 인턴만 웃었다. 중소기업 인턴을 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79.8%나 됐지만 1년 기한인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한 인턴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채 100일이 넘지 않았다.
중·장기적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은 3년 전에 비해 5배가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질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노동연구원은 “냉정히 말하면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부처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 올해는 달라져야=지난해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일자리의 질을 떠나 개수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 재정이 충분치 못해 땜질식 처방에도 한계가 있다. 단기적 일자리만 주목할 경우 장기적인 경제 효율성이 낮아지고 노동시장이 교란되는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청년층의 구직 기회가 더 줄어들 전망이어서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마련이라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노동연구원은 “지난해 위기에서는 도산보다 휴업한 기업이 많아 도산기업이 많았던 외환위기에 비해 신규채용 규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부족했던 고용정책 부분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노동연구원은 희망근로의 경우 청·장년층 참여자에 대한 사후 취업 지원 연계, 일자리 대책 차원과 별도로 장기적인 사회적 일자리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이번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적은 재정 투입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일자리 창출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