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세종시 정국 어디로] 침묵 깬 친이계 “행정분할 안돼” 친박에 선전포고
입력 2010-01-17 18:47
한나라당 지도부는 세종시 문제 중재안으로 제시된 ‘일부 부처 이전론’에 제동을 걸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데 벌써부터 절충론을 거론하는 것은 타협을 시도하기도 전에 꼬리를 내리는 격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16일 충남 홍성 용봉산에서 당원들과 산행 도중 “일부 부처가 이전하는 행정분할은 비효율적이어서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 “정부가 수정안을 내놨는데 논리적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전 기관이 12부에서 9부로 줄었으니 몇 개 더 줄여도 괜찮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지만 그렇게 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표비서실장인 정양석 의원은 17일 “정 대표는 중재안 얘기가 자칫 국민들께 부처 숫자를 갖고 장난하는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 내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심재철 장제원 의원도 17일 당사 브리핑에서 “부처를 일부라도 분리하면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 18명은 최근 정부 부처가 베를린과 본에 각각 9개와 6개로 나뉘어져 있는 독일의 수도 분할 현황을 탐방하고 16일 귀국했다.
심 의원은 “수도 분리에 따른 업무 비효율과 인터넷 및 화상회의의 한계 등을 확인했고, 종속적 행정도시에 배치된 공무원들은 ‘2등급 공무원’이란 사기 저하 문제도 심각했다”며 “단 1개의 부처도 이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이계 의원 70명이 소속된 ‘함께 내일로’는 오는 20일 모임을 갖고 세종시 문제에 공통된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사실상 계파 차원의 집단행동이어서 친박계와의 전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이 직계 김영우 의원도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사죄까지 한 마당에 원점으로 돌아가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세종시가 표류하면 차기 대선주자들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이 전화로 원전 수주를 했다고 하고, 국방부는 오래 전부터 화상으로 기밀회의를 해오지 않았느냐”며 “우리와 실정이 다른 독일 사례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의 약속이 부도수표가 되면 끔찍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