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대참사] 美-佛 긴급지원 샅바싸움

입력 2010-01-18 00:04

미군, 佛구호機 착륙 불허

프랑스 “공식 항의” 발끈


미국이 주도하는 대대적인 아이티 지원에 각국 정부도 동참하고 있다. 아이티를 식민지로 거느렸던 프랑스도 뛰어들었다. 그런데 미국과 프랑스가 묘한 갈등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는 지진이 나자마자 군인과 의료진을 비롯해 구조용 헬기와 50병상 등이 구비된 군함 2척을 급파했다. 지난 15일에는 구호품과 구조요원을 실은 항공기 두 대를 보냈다. 그런데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에 착륙하지 못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항 관제권을 통제하는 미군이 착륙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사태 수습능력이 없는 아이티 정부는 관제권을 미군에 넘겼다.

착륙이 불허되자 알랭 주아양데 협력담당 국무장관은 “프랑스 정부는 미국 대사관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미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미국 측은 당시 포르토프랭스 공항에는 구호물품과 구조대를 실은 항공기들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으며, 이 과정에서 프랑스 구호기가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아이티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측면에서 미묘한 갈등 관계가 노출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령이었던 아이티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문화적 동질성도 있다.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미군 2만여명을 보내 유혈탄압을 일삼던 군사독재정권을 몰아내는 등 아이티 국내 문제에 개입한 적이 있다.

미군은 아이티 사태가 완전 해결돼 정상을 찾을 때까지 주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파견될 무인항공기도 아이티로 보낼 정도로 구호 지원에 전폭적이다. 16일 아이티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이티가 더 강하고 더 좋은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수주 내 아이티를 직접 방문해 재건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 부채 가운데 400만 유로를 탕감해 주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3월 중 아이티 재건회의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어 미묘한 갈등 상황이 또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