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 취임 1년… 경기 침체·보수층 비판 딛고 변화와 희망 ‘올인’
입력 2010-01-17 19:06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1년(20일)은 미국의 변화와 흐름을 같이한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은 40대(1961년생)의 패기로 ‘담대한 개혁’의 선봉에 섰다. 일방주의적 외교에 대한 세계 여론의 악화, 경제위기 등은 미국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세웠다. 1년이 지난 현재 지지율은 50%를 밑돈다. 그의 1년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팽팽하게 맞선다.
◇경제와 국내 현안=경제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와 직결돼 있다. 대공황 이래 가장 심한 경기침체는 실업률 10%로 상징되면서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동원했다. 취임 당시 6000대였던 다우지수는 10000포인트를 이미 넘어섰고,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6.4%에서 4분기 2%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위기 진원지였던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최우선으로 밀어붙였던 건강보험 개혁은 우여곡절 끝에 다음달 중 끝이 날 예정이다. 수십년 동안 끌어왔던 문제를 완결지음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 개혁 동력은 탄력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건강보험 문제에 한숨 돌리자 월가를 규제하는 금융개혁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경제살리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불어나는 재정적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앞날을 음울하게 만들고 있다. 2009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4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을 업은 보수층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는 그의 재선을 가늠해볼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정책=일방주의 외교 폐기, 스마트 외교, 핵 없는 세상. 오바마 대통령의 1년 외교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오바마 외교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팽팽하다.
조지 부시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은 유럽 등 여러 국가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그는 대화를 중시한다고 천명하면서,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했고, 이집트 카이로에 가서는 이슬람국들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러시아와는 관계설정을 다시 하는 ‘리셋외교’를 시작했고, 중국과는 경제·전략대화를 정례화하면서 G2체제를 구축했다. 그의 외교정책은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의 외교 평가는 국내 문제에서보다 지지율이 높다. 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이 다시 회복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스마트 외교는 공화당이나 보수층으로부터 ‘나약하다’거나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팔레스타인 분쟁은 한 치도 진전이 없었다.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은 악화되고 있는 고질병처럼 돼버렸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일관성 있어 보이는 그의 스마트 외교가 여러 난관과 보수층의 비판 등을 거치면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