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없는 사법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7건 재심 계류

입력 2010-01-17 18:22


(하) 억울함 풀지못한 피해자 유족들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위)의 잇따른 진실 규명 결정과 법원의 재심 무죄 판결로 공권력 피해자들이 명예를 되찾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사건들은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진실위가 재심을 권고한 인권 침해 사건 중 현재 법원에 재심이 계류 중인 사건은 7건이다. 사건 관련자가 진실위 결정을 토대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은 4건이다.

구명서 간첩조작 사건은 서울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구씨가 1985년 일본에서 재일교포 지인을 몇 차례 만났다는 이유로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조총련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고 자백한 사건이다. 구씨는 이듬해 징역 7년·자격정지 7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진실위의 재심 권고 결정이 내려졌고, 법원은 지난해 9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결정해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역시 현재 계류 중인 대표적인 재심사건 중 하나다. 강씨는 91년 5월 민주화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대학생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하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혐의로 징역 3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재심 개시 결정이 났지만 검찰이 이에 불복하면서 항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재판도 받지 못하고 한국전쟁을 전후해 학살된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5건도 법원에 계류 중이다. 분터골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 사건은 50년 7월 충북 청주 관내 좌익 전향인사로 구성된 청원 국민보도연맹원 100여명이 집단 희생당해 청원군 남일면 분터골에 한꺼번에 매장된 사건이다.

49년 12월 빨치산에 음식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마을 주민 85명이 몰살당한 경북 문경 석달동 사건의 유족들도 2008년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당시 군인들은 초등학교에서 귀가하던 어린이까지 총살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17일 “재심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가혹행위가 명백하거나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면 무죄 판결이 쉬운 편이지만 집단학살 사건의 소멸시효 문제는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경향이라 대법원 판결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