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금융상품의 ‘함정’… 우대금리·부가 혜택 등 ‘조삼모사’식 뻥튀기 많아

입력 2010-01-17 18:17


최근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출시하는 복합금융상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복합금융상품이란 카드와 예금, 주식투자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상품을 한데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금융회사들은 단일 품목을 판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복합금융상품의 부가서비스가 소비자들이 실제 받는 혜택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많은데다 단일 품목을 구입하는 것보다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신용카드와 적금상품의 기능을 결합한 우리V적금카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카드 사용실적에 따른 포인트를 고객의 적금계좌에 직접 현금으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매달 신용카드를 100만원 이상 사용하면 1만3000원을 돌려줘 현재 연 4.5%인 적금금리를 최대 8.74%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얼핏 보기에는 누구나 혹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판매 중인 다른 신용카드에는 최대 5만 포인트의 캐시백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은행의 우리V포인트카드는 매달 100만원을 사용할 경우 최대 5만 포인트를 지급하고, 우리V포인트카드에버는 최대 3만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1포인트는 사실상 1원과 동일, 우리V적금카드를 쓰는 고객은 우리V포인트카드 고객에 비해 매달 최고 3만7000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

SC제일은행이 판매 중인 드림팩 상품과 같은 복합금융상품 역시 우대금리와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금융상품에 가입한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세트 구매 시 적용받는 0.5% 포인트의 우대금리에 혹해 불요불급한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금융비용이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이다.

3개월마다 금리가 오르는 회전식 정기예금에도 함정은 숨어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최근 출시한 스텝업 예금 상품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기존 정기예금과 달리 3개월마다 연 3.0%→연 3.4%→연 5.4%→연 7.0%로 금리가 상승하는 구조다. 단 석 달만 맡겨도 연 3%대의 이자를 주는 만큼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로 정기예금 가입을 미룬 고객에게 유리하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돼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지난 12일 현재 2만700여좌 7600억원 상당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4∼7개월간 자금을 예치할 경우 이 은행이 판매중인 수시입출금식 예금 ‘참 똑똑한 A+ 통장’이 더 많은 이자를 준다는 것을 아는 고객은 많지 않다. 이 상품은 입금건별로 예치기간이 30일 이내면 연 0.1%, 31일 이후부터는 연 4.2%를 적용해 매달 이자를 지급한다. 이 상품에 1억원을 예치하면 처음 3개월까지는 스텝업 상품(75만원)보다 4만원 정도 이자가 적지만 4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오히려 이자가 2만원 더 많아져 7개월까지 이자 역전 현상이 계속된다. 특히 스텝업 예금을 중도 해지할 경우 연 1.0%의 금리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예치기간이 9개월을 초과하기 전까지는 A+ 통장이 더 많은 이자를 준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중도해지 패널티를 고려하면 3개월 초과 9개월 미만 기간동안 예금을 맡기려면 스텝업보다 참 똑똑한 A+통장이 고객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