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KT, 조직·인사 ‘창조적 파괴’

입력 2010-01-17 19:03


유선·기업고객부문 지사 대폭 줄여 날렵화… FIC 신설

KT의 ‘창조적 파괴’에 재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직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하고 사람을 잘라냈다. 상당수 본사 인력을 현장으로 내보냈다. 공기업 체질이 남아 있는 비대한 조직을 날렵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초 이석채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인사 및 조직 혁신 드라이브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KT는 18일자로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홈고객(유선) 부문은 전국 326개 지사를 236개로, 기업고객 부문은 159개 법인지사를 125개로 통폐합했다. 지난해 말 홈고객 부문 인력 위주로 5992명이 명예퇴직한 데 따른 조직 개편이다.

대규모 명퇴에 따른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영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본사 스태프 700여명을 포함한 3000여명이 고객접점(영업, 애프터서비스 매장)으로 전진 배치된다. 지난해 초 본사 인력 3000명의 현장 재배치에 이은 두 번째 현장 강화 조치다.

각 지사에는 변화관리팀(CA·Change Agent)이 배치된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본사의 혁신 의지가 잘 관철되고 있는지를 감시, 지사장에게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시어머니 역할이다.

KT는 3개 CIC(사내독립기업) 중 2곳의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표현명 코퍼레이트센터장과 서유열 GSS부문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각각 개인고객(이동통신)부문장과 홈고객부문장을 맡게 됐다. 둘 다 이 회장의 경영 혁신을 뒷받침해온 인물이다. 특히 표 사장은 전략기획실 격인 코퍼레이트센터를 이끌면서 이 회장을 보좌한 핵심 브레인이다.

신임 코퍼레이트센터장에는 지난해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에서 영입된 김일영 그룹전략CFT장(부사장)이 임명됐다. 인사 업무를 총괄해온 김한석 인재경영실장(부사장)은 글로벌사업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그동안 개인고객 부문과 홈고객 부문을 이끌었던 김우식 사장과 노태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계열사 대표로 이동할 예정이다.

KT는 이번에 상무보 20명과 부장급 80명을 각각 상무와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하지만 후속 인사에서 기존 상무보 80여명의 명퇴가 확정된다. 또 승진자와 비슷한 규모의 상무급 임원이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뒤 향후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퇴자에게는 충분한 보상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도록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밖에 KT는 각 CIC에 신규 성장 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FIC(패스트 인큐베이션센터)를 신설했다. 중장기 신사업 개발은 SD(서비스디자인) 부문과 코퍼레이트센터의 몫이지만 1∼2년 안에 매출을 내는 상품·서비스 개발은 FIC가 맡게 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KTF와의 합병 이후 호봉제 폐지, 성과 연봉제 도입, 사상 최대 규모 명퇴 등 고강도 인사 개혁을 밀어붙였다. 조직을 가볍게 만들지 않고는 경쟁이 격화된 통신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에서다. 이 회장은 “올해는 변화와 혁신을 완성하는 해”라고 규정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