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 83세 이공심 할머니, 자식들 용돈 모아 장학금 100만원
입력 2010-01-17 19:38
“나도 못 배웠지만 특히 어려웠던 시절에 5남매를 제대로 입히지도 가르치지도 못했던 것이 가슴에 한이 맺혀서….”
수년째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해 노인 돌보미 서비스를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궁핍한 80대 할머니가 자식들이 준 용돈을 아껴 모은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진설리 이공심(83·사진)씨는 3남 2녀 자식들이 보내준 용돈을 수년간 아끼고 절약해 100만원이 되자 최근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의신면사무소를 찾아 기탁했다. 면사무소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추운 날씨에도 16.5㎡ 크기의 방에 보일러도 켜지 않은 채 전기장판에 의존해 생활해 왔다.
이 할머니가 장학금을 내놓은 것은 수십년 전 아들의 중학교 등록금을 주지 못한 게 가슴 아파 논두렁을 걸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한창 공부할 나이에 경제적으로 어려워 제대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꼭 하고 싶었다”며 “나보다 더 가난한 생활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푼 두푼 모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또 지역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20만원을 별도로 내놓았다.
진도=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