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구조견
입력 2010-01-17 21:28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개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김개인(金蓋仁)이라는 사람이 만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풀밭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인근에 불이 번져 주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개는 냇물로 가 온몸에 물을 묻혀 주위를 축축하게 적셨다. 사력을 다해 물가를 오가던 개는 지쳐 죽었다. 뒤늦게 깨어난 주인은 이 사실을 알고 개를 장사지내고 지팡이를 꽂아 표시했다. 이 지팡이가 자라자 이곳을 오수(獒樹·충성스러운 개의 나무)라고 불렀다. 고려시대 최자(崔滋)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기록된 오수리 의구(義狗) 전설이다. 현재도 전북 임실 오수리 마을에 개 무덤과 비석이 전해진다.
사람에게 충성스러운 동물로 개가 으뜸으로 꼽힌다. 고사에도 ‘주인에게 무조건 충성한다’는 뜻의 ‘걸견폐요’(桀犬吠堯)가 있다. 사자성어 ‘견마지로’(犬馬之勞)도 마찬가지다.
개는 발달된 지능과 감각기관까지 지니고 있다. 또 어떤 동물보다도 사람의 말과 행동, 기분을 더 빨리 알아채고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양치기와 사냥 썰매 등에 이용됐고 오늘날에도 인명 구조 등에 널리 쓰인다.
구조견은 첨단기기로도 찾지 못하는 조난자나 실종자의 위치를 놀라운 후각으로 알아낸다. 수색이나 구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개의 성격이 유순하고 사회화가 잘 이뤄져야 하며 친근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골든 리트리버, 자이언트 슈나우저, 셰퍼드, 도베르만 등이 구조견으로 쓰인다.
구조견의 훈련과정은 혹독하기로 소문나 있다. 기초체력을 위해 혀가 길게 나올 정도로 러닝머신을 뛰어야 하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높이에서의 지옥훈련도 견뎌내야 한다.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아이티에 국내 구조견이 파견됐다. 2008년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국 쓰촨성 지진 당시 맹활약했던 독일산 셰퍼드종인 ‘백두’ 등 2마리다. 수컷인 백두는 6세로 쓰촨성에서 시체 6구를 찾아냈었고 국내의 재난현장에서도 22차례나 출동해 맹활약한 베테랑 구조견이다. 동행한 ‘마니’(4세)도 독일산 셰퍼드 수컷으로 처음 구조에 나섰다.
이들 구조견은 후각이 사람의 1만배 정도로 발달해 있고 청각 능력도 40배나 뛰어나다고 한다. 실종자 수색 및 구조 현장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월 3차례 이상 특수훈련을 받아왔다.
대참사로 절망에 빠져있는 아이티에서 기적의 생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백두와 마니가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해 아이티에 희망을 심어주기를 기대한다.
남호철 차장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