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도림高 1등에는 이유가 있었다
입력 2010-01-17 19:17
신생 고등학교가 뉴스의 초점이 됐다. 지난해 개교한 서울 구로구의 신도림고가 주인공이다. 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처음 실시한 고교선택제 지원 결과 서울시내 196개 일반계 고교 중 지원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역에서 원하는 학교를 고를 수 있는 1단계 지원에서 무려 17.1이란 깜짝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개교 1년밖에 안 되는 고교가 강남과 목동 등지의 유명 사립학교들을 제친 것은 기적에 가깝다. 교육 관계자들이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세창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헌신적이고 피땀 어린 노력이 맺은 당연한 결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이 학교에 부임한 오 교장과 교사들은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사무실에서 개교 준비를 했다. 밤 12시를 예사로 넘기며 일했지만 곧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이 학교에 배정받은 1학년 250여명 중 40여명이 등록을 포기하려 한 것이다. 오 교장은 일일이 입학생들에게 전화를 걸고 책을 선물하는 등 설득에 나섰지만 일부 학생은 다른 학교로 옮겨가고 말았다.
신생 고교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붙잡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오 교장과 교사들은 인근 중학교를 돌며 학교를 홍보했다. 지역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과정 설명회도 수시로 열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사교육 없이도 대학에 갈 길을 열어주겠다” “최고의 시설에서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약속은 특화된 교과 과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 맞춤형 방과후 수업을 도입, 호평을 얻은 데 이어 올해부턴 수학·과학을 교과 교실제로 운영한다. 또 교원 평가 선도학교로서 모든 교사가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의 평가를 받는다. 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져 최고의 경쟁률을 빚어낸 것이다.
신도림고의 쾌거는 새삼 일깨워준다. 훌륭한 학교,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가 되려면 전통이나 시설보다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보겠다는 학교장과 교사들의 열의와 책임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