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덜하고 돈 더 받자는 기아車 노조
입력 2010-01-17 19:17
기아자동차 노사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번 주부터 노조의 파업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노사협상이 해를 넘기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주 주야 2시간씩 벌여오던 공장별 순환파업을 이번 주에는 전공장에서 주야 각 4∼6시간씩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기아차의 노사협상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대기업 노조의 근시안적 탐욕과 분별없음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교섭에서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기본급의 300%와 일시금 460만원의 성과급 지급을 제시했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로 1인당 평균 1125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 무분규 타결을 지은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약 1500만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도 웬만한 중소기업 연봉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다. 중소기업 직원들의 눈에는 연봉 외에 성과급으로만 그 정도를 주는데도 성에 안 차는 대기업 직원들이 한없이 부러울 만하다. 더구나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11차례 파업을 벌여 4만8000대의 생산차질로 이미 8600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사에 입혔다.
노조 주장대로 하자면 같은 재벌그룹의 계열사들에서는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이는 주주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경영 투명성을 유도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현대차 이상 올릴 수 있도록 합심해 노력하는 것이 기아차 노조가 할 일이다. 업무 강도가 높다고 하나 대한민국에서 힘들게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되던가. 더구나 올해는 일본 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하면서 내수시장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시점이다. 파업을 일삼는 회사의 자동차에 대해 소비자들이 호의를 가질 리 만무하다.
올해 기아차가 파업을 하면 20년 연속파업이라는 국내 최장 기록에다 파업손실도 1조원을 넘어 기아차 사상 최고액이 된다고 한다. 올해 첫 파업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된다. 집행부로서는 부담스럽겠지만 적정한 선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노조원들을 아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