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덫에 걸린 두 연인… 권지예 세 번째 장편소설 ‘4월의 물고기’

입력 2010-01-17 17:51


이상문학상(2002)과 동인문학상(2005)을 수상한 중견 작가 권지예(50)의 세 번째 장편소설 ‘4월의 물고기’(자음과모음)는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계간 ‘자음과모음’과 인터파크 도서 웹진 ‘북&’에 연재됐던 이 소설은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사랑과 욕망 등 감성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기법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등 장르적인 요소를 채택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소설의 기본 얼개는 어두운 과거와 상처를 지닌 서른두 살의 요가 강사 진서인과 많은 비밀을 간직한 서른여섯 살의 사진작가 강선우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인터뷰를 계기로 만난 둘은 첫 만남부터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이내 사랑에 빠져든다. 차분하게 진행되던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선우의 제자였고 선우를 짝사랑했던 이유정이라는 여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끼어든다. 서인은 형사로부터 선우의 감춰진 과거에 대해 듣게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문 의문의 실종사건들에 얽힌 비밀이 하나 둘 벗겨진다. 실종사건과 형사의 추적, 과거를 둘러싼 서인과 선우의 신경전 등이 전개되면서 소설은 호흡이 가빠진다.

선과 악이 한 몸에서 공존하는 선우의 진면목이 드러나지만 서인은 선우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서인과 선우의 그런 사랑은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선우를 만나 절대적으로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래의 행복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인은 선우와의 인연이 특별하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이런 ‘불구하고’의 사랑은 어쩌면 불구의 사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이걸 사랑이라 하지 않는다면 뭐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277쪽) 운명의 덫에 걸린 두 연인의 애절하고 처절한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작가는 “사랑에 대해 회의하고 의심하거나 사랑을 하게 된 후 인간의 변화를 다루는 소설을 주로 썼지만 운명적인 사랑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순정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제가 진부할 수 있어 방법론적으로 추리와 스릴러 요소를 가져오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본격적인 추리소설은 아니다. 실종사건의 범인이 중반부에 벌써 드러나고, 이야기의 초점도 범인의 정체보다는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운명적인 사랑이 가능한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 형식으로 풀어낸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