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수검자료 유출파문 일파만파… 금감원,유출자 징계· 수사의뢰 ‘발칵’

입력 2010-01-15 19:01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이번엔 지난달 실시한 금융감독원의 사전검사 관련 내부자료 유출 파문에 휩싸였다. 금감원은 당시의 사전검사를 토대로 지난 14일부터 42명의 조사인력을 투입,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고강도 종합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종합검사 방해 음모로 규정하고 국민은행에 문건유출자의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금감원 주재성 은행서비스본부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은행이 내부자료로 작성한 ‘금감원 검사 수검 일보’의 공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검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검사 업무의 독립성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 문건 유출자의 문책과 검찰수사의뢰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문책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 행장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회장 내정자 사퇴 과정에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내보인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금감원과 강 행장 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문제의 문건은 국회 정무위원회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에서 최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금감원의 사전검사가 은행의 경영실태 평가를 위한 자료수집 범위를 넘어 강 행장과 조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들의 비리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다수 수록돼 있다.

우선 금감원은 사전검사 이틀째인 지난달 17일 국민은행 직원 가운데 전남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진학 대상자 명세 자료를 요구했다. 회장 후보추천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조 이사장은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다.

또 같은 날 오후 강 행장의 운전기사들에 대해 조사가 진행됐다. 문건에 따르면 금감원 수석 조사역은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강 행장의 운전기사들에 대해 1차 면담을 한 뒤 9시부터 10시15분까지 2차 면담하는 등 모두 2시간 45분 동안 조사했다.

강 행장의 차량에 대한 조사는 4일간 진행됐다. 금감원 조사역들은 강 행장이 차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는지를 캐물었고, 차량 2대의 운행일지와 주유카드 집행실적 자료를 요구했다. 심지어 조사 둘째 날 운전기사들이 조사시간에 늦게 나온 것에 대한 경위서도 제출받았다.

금감원은 2007년 자회사인 국민창업투자가 영화제작에 수억원을 투자했다 손실을 본 것도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강도 높게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KB창투의 영화 투자와 관련한 은행 자체 검사자료와 법률적 검토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은 영화 투자와 관련, 강 행장의 비윤리적 사생활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금감원은 임원의 사택 지원 내역을 조사하면서 해당 임원의 계좌를 조회했고, 국민은행 경영자문역 및 고문 위촉 관련 계약서도 요구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