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내려도 꿈쩍않는 빵·라면값
입력 2010-01-15 22:25
밀가루가격 1년반새 3차례↓… 식품·제빵업체, 원가인하 외면
제분 업체들이 최근 1년 6개월여간 밀가루값을 세 차례 내렸다. 하지만 밀가루를 주원료로 만드는 빵과 라면, 과자 값은 그대로다. 제과·제빵 업체들은 제조원가가 낮아졌는데도 출고 가격을 유지하면서 가격 인상 효과를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환율과 국제 원맥 가격이 안정됨에 따라 밀가루 출고가격을 최고 7.6% 인하한다”고 15일 밝혔다. 소포장 밀가루 중력분(1㎏)은 1055원에서 980원으로 7.1%, 고급 제품인 찰밀가루(1㎏)는 1455원에서 1345원으로 7.6% 내린다. 앞서 대한제분도 지난 13일 밀가루 출고가격을 최고 7.7% 인하했다.
제분 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인하한 것은 2008년 7월과 지난해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15일 밀가루 출고가격은 최근 2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4월 대비 최고 32.4% 낮은 가격이다.
제분 업체들이 이처럼 밀가루 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원·달러 환율이 2008년 하반기 최고 16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120원대로 낮아져 환차손이 줄어든 데다 국제 원맥 가격도 지난해 1월보다 5%가량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 가격은 그대로다. 농심은 2008년 2월 ‘신라면’ 소비자 가격을 650원에서 750원으로 15.4% 올린 뒤 현재 이 값에 판매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2007년 2분기 고환율,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여파로 2008년 2월 가격을 올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라면값을 유지하는 배경에 대해선 “제분 업체 7곳 가운데 2곳으로부터 가격 인하를 통보받았을 뿐”이라며 “7곳이 모두 값을 내리면 밀가루값 인하 효과가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밀가루값 1, 2차 인하 때도 가격을 유지하다 3차 인하에서 제분 시장 점유율 85%에 이르는 1, 2위 업체가 값을 내렸는데도 기다려보고 파급 효과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뿐 아니라 코코아, 설탕 등의 가격 변동 추이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로선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빵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긴 SPC 파리크라상 관계자도 “설탕, 우유, 유가공품 등 다른 원료 가격 추이를 복합적으로 따져본 뒤 빵값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