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發 ‘법-검 갈등’ 팽팽한 전운
입력 2010-01-15 22:15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과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를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이견을 노출해 온 양측의 갈등은 이제 감정 다툼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검찰과 일부 언론의 법원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이를 사법권 독립의 심각한 위협요인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릐정면대결 치닫는 법·검=검찰은 법원의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과 강 의원 판결에 대해 무척 격앙된 분위기다. 검찰은 국회 경위를 폭행하고 탁자를 부순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결이며, 국회 내 폭력에 대해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서울남부지법의 강 의원 판결에 대해 “국민들이 다 봤는데 어떻게 무죄냐”며 “이것이 무죄면 무엇을 폭행이나 손괴, 방해 행위로 처벌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 움직임 역시 법원 판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파장이 커지자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최근 판결 비판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법원은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한 최근 일련의 비판적인 성명이나 언론 보도가 그 한계를 넘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하급심에 대해 재판 결과나 진행이 잘못됐다고 단정하는 취지의 성명을 내거나 보도를 하고, 나아가 재판 내용과 무관한 재판장의 개인적인 성향을 공격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며 “법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고 자칫 상소심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도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비판은 재판의 독립이 침해되지 않도록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을 겨냥한 검찰의 비판 수위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판단 아래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릐갈등 장기화되나=이번 갈등의 직접적인 발단은 법원의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결정과 강 의원 판결에서 비롯됐지만 이는 사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법원에 의해 잇따라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해왔다. 최근에는 법원 판결에 대해 잇따라 공개적 비판을 가하고, 다소 과격한 표현이 담긴 장문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법원 역시 여러 사건의 판결을 통해 검찰 수사를 비판했고, 판사는 공개된 법정에서 법전을 들춰가며 검사의 법리 적용을 공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특히 법원은 판사 개인의 이력을 거론하며 인신공격에 나서는 것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을 놓고 판사의 개인적 성향과 결부시켜 공격하는 것은 수위를 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사법제도개혁특위를 구성하자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각각의 입맛대로 ‘법원·검찰 손보기’를 노리고 있어 진행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