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인디밴드 ‘브로큰 발렌타인’, 홍대서 EP앨범 발매 쇼케이스
입력 2010-01-15 22:28
빛에 가려진 어둠까지 ‘라이브의 감동’으로
이성친구에게 설레는 마음을 전하는 ‘발렌타인 데이’는 화려한 핑크빛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는 고통과 절망이 숨겨져 있다. 5인조 인디밴드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은 세상의 이면에 주목한다. ‘발렌타인의 깨진 부분’을 보겠다는 팀명처럼 이들은 밝음 뒤에 오는 어둠, 기쁨과 슬픔 등 상반되는 이미지를 놓치지 않고 음악으로 표현한다.
처음 ‘6.August’라는 이름으로 반(보컬·29) 변G(기타·26) 안수(기타·29) 성환(베이스·28) 쿠파(드럼·26)가 뭉친지 9년이 흘렀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홍익대 일대를 돌며 피 끓는 젊음을 달랬다. 그 시간은 ‘300회 넘는 라이브 공연’이라는 기록으로 환원됐고 ‘라이브 공연의 귀재’라는 별명을 덤으로 주었다. 지난해에는 기업 야마하가 개최하는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밴드 선발전 ‘아시안비트(Yamaha Asianbeat)’에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최고 수준의 밴드들과 겨뤄 대상과 최우수 작곡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2월 22일 발매한 EP앨범 ‘콜링 유(Calling You)’에는 이들을 세계에 알린 ‘아시안비트’ 수상곡 ‘앤서 미(Answer Me)’가 수록돼 있다. 이 곡은 2007년 3월 일부 멤버가 휴식기에 들어가 3인 체제에서 불렀던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재해석됐다. 웅장하고 역동적으로 전개되며 구성은 좀더 정교해졌다.
이들이 추구하는 ‘포스트 그런지’ 장르가 생소하다면 ‘패닉’의 리메이크 곡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를 통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서정적인 곡을 ‘포스트 그런지’ 장르에 담았다. 리더 성환은 “원곡에서 바다는 쓸쓸하고 잔잔했다. 우리는 바다 안의 격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의 서랍 속의 ‘바다’는 몰아치는 파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패닉’이 바다를 꿈꾸는 ‘달팽이’를 통해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위안을 준 것처럼 ‘브로큰 발렌타인’은 ‘화석의 노래’로 꿈꾸는 사람의 어깨를 토닥인다. 가사에서 “나 이제 숨쉴 수도 없고 눈을 깜빡일 수도 없어”라는 부분은 화석을 상징한다. 하지만 화석은 “아직도 난 꿈이라는 꿈을 꾸는가”라며 포기하지 않는다. 서정적인 가사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해진다.
성환은 “앨범을 라이브 공연을 듣는 것처럼 만들고 싶었지만 라이브처럼 녹음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어서 어려웠다”면서 “편곡 방식을 고민했고 녹음할 때 방식의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앨범을 통해서도 라이브 할 때의 감동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결과는 성공적인 것 같다.
기타리스트 이현석은 “‘브로큰 발렌타인’은 훌륭한 라이브와 훌륭한 앨범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EP앨범 ‘콜링 유’ 발매 기념 쇼케이스는 17일 오후 6시30분 서울 홍익대 앞 V홀에서 열린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