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대참사] 도시 전체가 시신안치소… “구호품 안오나” 아우성
입력 2010-01-16 00:54
포르토프랭스에선 지금… 시신 부패·식수난 겹쳐 전염병 창궐 우려
대지진 발생 사흘째인 15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거대한 시신안치소로 변했다. 질서와 치안은 붕괴되고, 식수 오염으로 전염병 창궐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현지 기사에서 “안치소로 들어가지 못한 시신 수백구가 도로에 쌓여 있으며 땡볕에 시신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들이 들끓는 가운데 시신 썩는 냄새를 참아가며 실종자 가족들이 친척을 찾기 위해 배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행적이 묘연했던 르네 프레발 대통령은 이날 다시 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프레발 대통령은 “이미 7000여명의 시신을 집단 매장지에 묻었다”고 말했다.
시신안치소를 중심으로 긴급 구호품 도착 지연에 분노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사진기자 샤울 슈왈츠는 “시신으로 길을 막은 바리케이드를 최소 2군데 목격했다”며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이 없다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치안 상황도 심각하다. 포르토프랭스 중심 쇼핑센터는 내전이 벌어진 지역처럼 불길이 타오르고, 시신이 도처에 널려 있다. 마체테(날이 넓고 무거운 칼)로 무장한 갱들이 무리 지어 거리를 행진하거나 상점에서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심지어 1만5000t에 달하는 구호식량을 보관 중이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창고도 약탈당했을 정도다. 미 CBS방송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처럼 약탈이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치안 유지와 시설 복구를 위해 800명의 육군과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파견했다. 82공수사단 100여명은 이미 현지에 도착해 추후 파병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미 국방부 브라이언 휘트먼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병력을 증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존자에게는 굶주림보다 목마름이 더 큰 고통이다. 이재민 300만명당 급수차는 기껏해야 3∼4대뿐이다. 구호 작업 중이던 익명의 요원은 미 MSNBC방송에 “물이 곧 돈이다”고 말했다.
물 공급이 끊기면서 전염병 창궐 가능성은 증폭되고 있다.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은 콜레라나 세균성 이질 확산의 최적 조건이다. 주간지 타임은 “지진 이후 질병이 다가온다(After the Quake Comes the Disease)”고 전했다. 즉각적 급수 조치가 없다면 3주 사이 4만5000명이 숨진 1994년 르완다 난민 참극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지만 지원의 손길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구호기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아이티 난민을 돕는 방법을 알리는 사이트를 링크시켰다. 특송업체 UPS,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역시 각각 100만 달러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항공사들은 구호품 수송을 돕고 있으며 카드 회사들도 아이티 지원 성금 결제 때 수수료를 깎아주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