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서거 5개월… 이희호 여사 ‘끝나지 않은 사부곡’

입력 2010-01-15 21:54

“여보, 춥지 않았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다섯 달이 되는데도 부인 이희호 여사는 아직도 그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여사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의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찾는다. 묘역을 돌아보며 “여보, 춥지 않았어요?”라고 대화를 한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한에도 예외가 없다. 김 전 대통령이 그리울 때는 더 자주 묘역을 찾기도 한다.

이 여사는 아직도 평시에 검은 상복을 입는다. 측근들은 15일 “이 여사가 세상을 뜰 때까지 검은 옷을 입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6일 김 전 대통령의 생일에는 동교동 측근 50명과 함께 묘역에서 이해동 목사의 주례로 추모예배를 드렸다. 최근 동교동과 관계가 불편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매주 화요일에 이 여사와 함께 묘역을 찾는다. 이 여사는 아침을 기도와 성경으로 시작하고 저녁을 성경 읽기와 기도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이 여사에 대해 “과거 김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되고 사형선고를 받고 대선에서 낙선하는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오직 기도와 성경으로 버틴 대단한 분”이라고 말했다.

동교동 자택에는 이 여사 혼자 거주한다. 3명의 며느리들은 매주 교대로 찾는다. 13대 국회의원 부인 10여 명은 최근 이 여사를 시내 호텔로 초청, 저녁을 함께하며 위로했다. 그동안 고통을 주었던 관절염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88세의 이 여사가 쓰는 감동의 ‘사부곡(思夫曲)’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 움츠러든 세상의 마음들을 녹인다.

이강렬 국장기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