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각장애인 첫 美 로스쿨 합격 김현아씨 “지지 않겠다 수천 번 되새기며 공부”

입력 2010-01-15 18:19

“앞을 못 보는 건 괜찮았지만 정말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을 수천 번 되새기고 가슴속으로 ‘지지 않겠다’고 외쳤어요.”

선천성 시각장애인 김현아(25·여·울산)씨가 2년간의 독학으로 미국 로스쿨 입학자격시험(LSAT)을 거쳐 지난해 12월 1일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에 당당히 합격했다. 국내 시각장애인이 미국 로스쿨에 합격한 것은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가 미국 로스쿨로 가는 길은 멀고도 고단했다. 그는 공부하는 것보다는 학원에 가는 길이 더 힘들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된 전문 교재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일반인보다 공부하는 데 3배 이상의 시간이 들었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전문교재가 부족해 엄마가 점자로 바꿔줬다”며 “법학 관련 전문 도서나 영어 도서가 없어서 점자 번역비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와 책 말고도 김씨의 발목을 잡은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시각장애인 교육체계였다. 시각장애인이 다니는 맹학교에는 인문계 과정이 거의 없다. 안마와 침술을 위주로 가르치는 ‘실업계’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대학에 가려면 일반 학원에서 별도로 공부해야 한다.

김씨는 어려운 과정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자신감으로 모두 이겨냈다. 김씨의 장래 희망은 국제인권변호사와 법학교수다.

그는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를 짐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즐겨야 한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목표를 세우고 자기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공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