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꼬마가 테러리스트?… 美 보안당국 용의자 명단 엉망

입력 2010-01-15 18:16

미국 뉴저지에 사는 여덟 살 소년 마이클 힉스가 공항에 나타나면 보안팀은 비상이 걸린다. 마이클과 똑같은 이름이 미국 국토안보부가 작성한 ‘항공기 탑승 요주의자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미국 CBS방송은 15일 폭탄을 가진 테러리스트를 막지 못한 보안당국이 정작 이 여덟 살짜리 소년을 ‘테러 용의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2001년 9·11테러 직전에 태어난 마이클은 사진기자인 어머니를 따라 여러 차례 비행기를 탔지만 그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항공사는 좌석 배정을 미루며 보안담당자를 부르고, 보안담당자는 다시 마이클을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갖가지 질문을 던진다. 미리 항공사에 확인을 당부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린 마이클은 “태권도 검은 띠인 내가 아저씨들을 혼내주면 된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어머니 내즐러 힉스는 “어떻게 정부가 8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록 마이클이 집에서는 개구쟁이지만 비행기 안에서 말썽부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마이클 힉스처럼 ‘요주의자 명단’(1만3500명)이나 ‘탑승금지 명단’(2500명)의 인물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항공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지난 3년간 8만1793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의 명단에는 이름만 있을 뿐 생년월일이나 다른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심지어 고인이 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도 이런 경험을 했다”며 “어떤 이들은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써서 보안을 피하거나, 아예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는 모든 탑승자에게 생년월일과 성별을 제출하도록 해 몇 달 내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