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이티에 희망 싹트도록 교계가 앞장서자

입력 2010-01-15 18:01

규모 7.0의 강진으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한 아이티를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상당수 어린이들이 ‘진흙쿠키’로 연명하는 중남미 최빈국 아이티는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초토화됐다. 교통과 통신마저 두절돼 정확한 사상자 및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적게는 10만명, 많게는 5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전 국민의 3분의 1 가량이 피해를 입었고, 국가 기능은 마비됐다.

절망의 땅, 아이티는 국제사회 도움 없이는 홀로 설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 기구와 세계 각국에서 온정이 답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IMF와 미국은 각각 1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유럽연합은 구조팀과 야전의료팀을 급파한 데 이어 긴급 구호금 300만 유로를 우선 지원키로 했다.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은 국경까지 개방했다.

해외 유명 인사들의 동참도 잇따르고 있다.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는 100만 달러를 쾌척했고, 스캔들에 휘말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300만 달러를 내놨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이 진행하는 TV 토크쇼를 통해 “적십자에 기부해 달라”고 호소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적과 인종, 종교를 뛰어넘은 지구촌의 인류애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1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한 우리 정부는 30여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어제 현지에 파견했다. 신속히 지원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나 ‘선진국의 선진국’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후 첫 지원 치고는 옹색해 보인다. 아무리 1차 지원이라지만 PGA 골프대회 1위 상금에도 못 미치는 100만 달러는 세계 15위 수준의 우리의 경제 규모에 비해 초라하다. 국제사회에 대한 역할과 기여 확대를 통해 올해를 국격 제고의 원년으로 삼자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들린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기독교계와 사회단체가 메워야 한다. 사랑과 긍휼의 정신이 절실한 때다. 전격 통합을 선언한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교회희망연대가 첫 사업으로 국민일보와 함께 100만 달러 모금운동을 펴기로 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3만 달러의 긴급구호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개별 교회들의 지원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교계의 지원이 의식주 같은 물질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 사랑과 희망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 지금 아이티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복구 못지않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교계가 해야 할 역할이다. 나눔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커피 한잔 덜 마시면 된다. 나눔엔 국경도 없다. 교계가 앞장서고 있는 아이티 돕기 운동이 전 국민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