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에게 폭력특권까지 주는가
입력 2010-01-15 18:01
국회에서 공중부양 활극을 벌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내려진 1심 법원의 무죄 선고는 공감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강 의원의 국회경위 폭행에 대해 ‘신체적 위해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국회 사무총장실에 난입해 공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박계동 총장이 신문을 본 행위는 공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탁자를 파괴한 것도 ‘극도로 흥분해 탁자를 부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아예 강 의원 행동의 전제가 된 국회질서유지권 발동부터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회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전혀 없었으므로 질서유지권 발동은 적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의원의 폭력 행동은 국민들도 신문 방송을 통해 목격한 사실이다. 국민의 지탄을 받고 나라 망신을 부른 망동에 대해 재판부는 비상식적 법리로 면죄부를 주었다. 이 판결대로라면 국회의원은 남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거나 물건을 부수더라도 고의성이 없거나 그 같은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라는 말이 된다. 비서가 만들어준 신문 스크랩을 먼저 보고 나서 신문을 본 행위는 공무가 아니라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판단이다.
일반 국민이 강 의원과 같은 수준의 폭력을 행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았을 것이다. 다른 일로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민주당 문학진,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적어도 벌금형은 받았다. 이번 판결은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 외에 폭력특권을 얹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법정이 판사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적용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이 판결로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가 큰 상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