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탄생 100주년… 굿모닝! 李箱]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관 건립 아직도 감감…
입력 2010-01-15 20:36
(하) 영원한 모던보이의 초상
시인 이상(1910∼1937)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54의 10번지에 추진되던 이상 문학관 건립이 무산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상의 출생지는 원래 사직동이지만 큰아버지 댁이 있었던 통인동 154의 10번지에서 세 살 때부터 24세 때까지 살았다. 보성고보 시절, 그는 지금의 율곡로를 지나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을 거쳐 학교에 다녔고 서울대 공대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 다닐 때는 전차를 타고 적선동 안국동을 거쳐 학교가 있던 동숭동으로 통학했다.
스무 살 때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근무할 당시 통인동 집에서 광화문 사무실까지 걸어 출근하는 동안 시상을 떠올리며 예술혼을 지폈다. 통인동 집은 ‘오감도’와 ‘날개’를 집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당과 사랑채 일부가 잘려 나가 길이 됐고, 나머지에는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는 등 원형을 찾기 어렵게 되자 김수근 문화재단이 2002년 구입했다. 재단이사장인 건축가 김원(광장 건축 대표)씨는 천재 시인의 문화적 공간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종로구청에 탄원서를 내고 건축가협회의 도움을 받아 계약금과 위약금까지 물어준 뒤 계약 파기를 이끌어냈다.
이후 이곳을 리노베이션해 이상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을 복원하거나 ‘날개기념관’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건축비용 문제로 계속 지연돼 왔다. 2004년 9월, 이 가옥이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88호로 등재되면서 생가 복원 사업이 본격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 5월, 이 가옥이 1943년에 다른 사람에게 팔려 헐린 후 신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문화재청에 의해 같은해 6월 등록 문화재 등재가 말소됐다. 급기야 지난해 8월, 김수근 문화재단측은 더 이상 생가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 가옥을 개인에게 매각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이상 문학관 건립 등을 추진해 왔으나 문화재 등재가 말소된데다 건축비 등 압박 때문에 매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1930년대 한국근대문학의 모던보이 이상 탄생 100년을 맞아 그의 천재적 문학성을 기릴 공간 하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