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찬송] 어둔 밤 마음에 잠겨 582장(통261장)

입력 2010-01-15 17:37


日 국회 앞에서 보름간 금식기도

교과서 왜곡 저지에 힘 실어주셔


한국과 일본 간 막힌 담을 헐기 위해 한일기독의원연맹을 결성하고 부산-판문점-평양을 잇는 PPP 십자가 대행진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힘쓰던 2001년 4월의 일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집권과 동시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더니 마침내 일본 2만1160개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에 시동을 걸었다.

나는 즉시 일본으로 달려가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일본은 회개하라’는 피켓과 성경찬송을 들고 금식기도에 돌입했다. 일본의 경시청과 공안당국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저지를 시도했고, 일부 강경 우익단체들은 고성능 스피커를 장착한 진압 인력을 동원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물과 소금만을 먹으며 일본의 회개를 촉구하는 금식기도는 계속됐다.

섬나라 일본의 일교차는 15도를 넘나들었다. 낮에는 내리쬐는 폭염과 국회의사당 앞 주차장을 거쳐 출발하는 수많은 차량의 매연가스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가해 왔다.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가 엄습해 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두 분 목사님과 주일 한국대사관 최상용 대사를 통한 대통령의 공한이 전달되는 등 금식을 말렸지만 일본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작은 고난을 참고 주께 매달리기로 결심했다.

2001년 4월 15일 부활절 아침이었다. 기도하다 깊은 잠에 빠진 나는 비몽사몽 중에 멀리서 들려오는 찬양을 들었다. 평소 부르기만 하면 가슴이 뛰고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는 찬송가 582장을 목청껏 불렀다.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

잠시 후 100여명의 일본교회 대표, 일본 YMCA와 YWCA, 성공회 신부님,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 스즈키 레이코 회장과 쇼지 총무 등이 달려와 함께 부활절 아침 연합예배를 드렸다. 그들은 일본 기독교 역사상 국회의사당 앞 첫 부활절 연합예배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어둠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 나라 여명이 왔다.” 찬송을 부른 후 일본 교계 대표들은 “일본 정부와 고이즈미 총리를 향한 외침과 단식투쟁의 바통을 우리 일본 교계에 넘겨 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그분들의 뜻에 따라 곧 도쿄의 자혜병원에 입원했다. 5개월 후 당시 문제의 일본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0.3%에 그쳤다.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 나라 여명이 왔다.” 한국교회와 우리들의 하나님을 향한 절규와 외침은 이제 은혜와 감동을 주는 찬송을 통해서 마침내 일본이 과거사를 올곧게 청산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함께 일구어가는 새 역사 창조의 서곡이 되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새 하늘 새 땅아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 되어 타거라.” “아멘.”



김영진 민주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