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낸 블로그 ID:베비로즈 현진희씨

입력 2010-01-15 18:59


“블로그가 뭐예요?”

블로그 활동을 통해 전업주부에서 요리전문가로 거듭난 베비로즈 현진희(46)씨. 지난달말 요리 월간지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이밥차)’를 창간하는 등 블로그 활동을 통한 월 수입이 수천만원이나 되는 그가 불과 6년 전인 2004년 6월 한 말이다.

블로그가 뭔지조차 몰랐던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그가 활동하던 카페 회원의 세 마디였다. “베비로즈님 블로그 경사났어요.” 현씨는 1989년 결혼한 뒤 전업주부로 살림하면서 얻은 생활의 지혜를 카페에 올려놓곤 했다.

“그때까지 블로그가 뭔지 정말 몰랐어요. 카페에 글을 올리면 ‘블로그에 저장하겠느냐’는 창이 떴고, 어딘가에 저장해놓으면 좋겠지 하는 생각에 ‘예’를 누르곤 했을 뿐이었지요.”

회원이 덧글에 올려준 베비로즈 블로그 주소를 클릭했을 때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이 써온 글들이 차곡차곡 올라가 있었고, 그 글들을 보기 위해 이미 10만여 명이나 다녀간 뒤였다.

“그때부터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가면서 블로그를 꾸미기 시작했어요. 사진도 혼자 자꾸 찍으면서 배웠어요.”

베비로즈 블로그 누적 방문객 수는 15일 현재 33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2006년 ‘베비로즈의 요리비책’이란 첫 책을 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는 그는 이후 단행본을 3권이나 냈고, 지난해 말 월간지까지 냈다.

“출판사 ‘그리고 책’이 제의해 와서 망설이다 용기를 냈지요. 저는 ‘기획이사’ 겸 요리사입니다. 하하.”

그가 나선 것은 블로그에 소개된 조리법을 일일이 프린트해서 보기 어렵다는 이웃들의 불만도 해결해 주고, 제철요리를 다양하게 소개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단다. 지난 7월부터 준비해 12월 중순 창간호가 나왔다. 책에 소개된 요리의 70% 이상을 현씨가 직접 했고, 앞으로도 그럴 작정이다.

현씨는 “모험이다 싶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면서 “창간호를 5만부 찍었는데 매진”이라고 자랑했다. 잡지가 나오기도 전에 베비로즈 블로그에서 1년 정기구독신청자만 1만명이 넘는다.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어요. 텃밭 있는 집이어서 요리재료가 지천이었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된장도 끓이고 나물도 맛깔스럽게 무쳤는데, 엄마한테 혼깨나 났다고. 불 만지다 다칠까봐 걱정하셨던 그 엄마는 요즘 ‘요리의 달인’으로 등극한 딸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를 정도.

현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빨래, 아침식사, 남편 출근, 대학생인 남매 배웅 등 주부로서 일을 한다. 그리고는 오전 9시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 활동을 시작한다. 전날 찍은 요리 사진 올리고, 오늘 조리할 메뉴를 고른 뒤 어떻게 사진 찍고 편집할 것인지 스케치한다. 그리고는 요리를 해서 사진을 찍고, 장을 보거나 요리 관련공부를 한다. 남편이 저녁 9시쯤 귀가하면 현씨는 다시 주부로 돌아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2시간씩 블로그 활동을 하는 대신 토·일요일에는 컴퓨터를 켜지도 않는다. 가족들을 위해 푸짐한 요리를 하지만 절대 블로그에 올리지 않는다. 이유인즉슨 촬영을 해야 하는데 가족들이 싫어하기 때문.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오늘의 베비로즈가 됐다는 현씨는 파워블로거를 꿈꾸는 주부들에게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다보면 기회가 생긴다”고 조언한다.

“블로그는 누구나 마음껏 표현하고, 박수 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렇지만 돈을 벌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시작한다면 바로 힘들어집니다.”

현씨는 블로그에 빠져 가정생활을 소홀히 해 파탄에 이르는 이들도 가끔 있다고 경고했다. 그 자신도 블로그에 멋진 요리를 올리기 위해 반년 가까이 생활비를 탕진했던 ‘숨기고픈 과거’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요즘은 블로그에 스폰서가 있고, 공동구매를 통한 수입도 짭짤하고, 요리책 인세도 꽤 많은 편이며, TV출연료도 적지 않다.

“방송에서 요리하는 베비로즈 못보셨다고요? 그럴 거예요. TV에선 ‘수납의 달인’ 현진희이거든요. 호호…”

앞으로 수납책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선 요리의 달인 베비로즈, 방송에선 수납의 달인 현진희, ‘두 얼굴의 달인’으로, 일상에서 주부로 1인 3역을 하고 있는 그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은 딱 한가지다. “결코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것.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