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바이오 셔츠… 스마트 의류 첨단 과학을 입다

입력 2010-01-15 17:49


패션은 진화한다. 신소재의 개발과 함께 IT, BT 등 첨단 과학이 옷에 결합되면서 ‘입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옷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몇 년전 이탈리아의 한 의류제조업체가 니티놀이란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해 더우면 자동으로 소매가 올라가고 추우면 내려오는 신기한 셔츠를 선보였다. 형상기억합금은 특정 온도가 되면 원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가진 금속이다. 이 옷은 니티놀 1가닥과 나일론 5가닥을 한 올의 실로 엮어 만들어졌다. 주름이 잡히거나 구겨져도 입기만 하면 체온에 따라 옷이 처음 상태로 펴지므로 애써 다림질 할 필요도 없다. 국내 한 대학 연구진도 이런 성질의 니티놀로 만든 용수철을 끼워넣은 소방복 시제품을 개발했다. 즉, 고온에 노출되면 니티놀 용수철이 늘어나 내피와 외피 사이를 벌리고 그 틈에 공기층을 만들어 열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화재 현장에서 불과 싸우는 소방관을 위한 방화복으로 상용화가 예상된다.

추위를 감지해 따뜻하게 해 주는 옷도 있다. 이런 옷에 사용되는 대표적 물질이 ‘PCM(상변화 메모리)’이다. 상황에 따라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온도가 높을 때는 몸에서 나는 열을 흡수했다가 추워지면 저장했던 열을 방출해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현재 스키복, 등산복 등에 쓰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전도성 섬유로 만든 ‘히텍스’를 내피에 적용해 온도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등산 재킷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전도성 섬유는 전기가 통하는 섬유로 자체 발열 기능이 있다. 등판과 앞 주머니에 내장된 히텍스를 작동시키면 2분 이내에 40도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빛에 노출되거나 가열되는 등 특정 조건에서 색깔이 변하는 섬유를 이용한 옷도 개발 중이다. 이런 소재를 응용하면 추운 곳과 더운 곳에서 서로 다른 문양이 나타나는 옷이나 주변 상황에 맞게 색깔을 변화시키는 옷을 만들 수 있다. 패션 아이템에서 군사용 위장복까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유비쿼터스 패셔너블 컴퓨터(UFC), 이른바 ‘입는 컴퓨터’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의 것들이 휴대용 정보기기를 단순히 옷에 붙인 형태라면 UFC는 무선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IT와 BT, 패션을 융합한 제품을 말한다. 겉보기엔 영락없이 옷인데 입으면 신기한 기술들이 들어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해 상용화가 진행 중인 ‘바이오셔츠’가 대표적. 셔츠에는 다양한 형태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돼 있어 입고 있는 사람의 맥박, 호흡, 체온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머지 않아 바이오셔츠를 입고 조깅을 하면서 손목시계 형태의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와 속력, 달린 거리 등을 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