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쇼트트랙 올림픽 대표로 밴쿠버行… 사이먼 조의 ‘아메리칸 드림’
입력 2010-01-14 19:30
14년 전 아무것도 모른 채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했었다. 그 때 그의 나이 네 살. 14년이 지난 지금 그는 미국의 쇼트트랙 올림픽 대표선수로서 다시 밴쿠버 땅을 밟게 됐다.
사이먼 조(18·본명 조성문·사진)는 다음 달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미국 대표선수로 출전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불법 체류자였던 한국 출신의 소년이 역경을 헤쳐 나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사이먼 조의 성장 과정과 가족들의 헌신적인 지원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아버지 재이 조씨는 1993년 미국으로 먼저 건너왔다. 서울에 남은 가족과 하루라도 빨리 같이 살고 싶었지만 영주권을 받으려면 7년을 기다려야 했다. 결국 가족을 불법 입국시키기로 결심한 그는 96년 가족을 밴쿠버에 오게 했다. 네 살인 사이먼 조와 두 살인 여동생, 그의 아내는 밴쿠버에서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들은 2001년 영주권을 회득했고, 2004년 미국시민이 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스포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사이먼 조는 쇼트트랙 스케이트를 시작하면서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야만 했다. 결국 고교 2년 때 중퇴하고 훈련에 전념하게 됐다.
지난해 아버지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조그만 식당을 처분했다. 연간 4만 달러나 드는 사이먼 조의 훈련비용을 대기 위해서였다. 집도 월세 아파트로 옮겼다.
부모님의 헌신으로 사이먼 조는 2007∼2008시즌에서 15세에 미국 쇼트트랙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선수가 됐다. 하지만 다음해 시즌에서는 슬럼프를 겪으면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9월 다시 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하면서 당당히 올림픽 대표선수로 뽑혔다.
사이먼 조는 역대 올림픽에서 5차례 메달을 딴 아폴로 오노(27) 등과 함께 대표팀에 선발됐다. 이번 올림픽에는 개인 500m와 5000m 릴레이 경기에 출전한다. 그는 “어느 누구도 내가 대표선수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재이 조씨는 “아들이 올림픽 결승에 진출하거나 메달을 따게 된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