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출범 한달… 절망속 28명 ‘미소’ 되찾아
입력 2010-01-14 20:32
3명중 2명 발길 돌려
5872명 상담… 영세업자·노점상 등에 1억3600만원 대출
“지원 실적 너무 미흡… 자격 요건 완화해야” 목소리 높아
“미소금융이 내 가족을 살리고, 미소를 되찾아 주었어요.”
경기도 부천 역곡역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이모(45)씨는 미소금융을 통해 재기의 꿈을 다지고 있다. 수년간 잊고 지냈던 웃음도 되찾았다. 이씨는 한때 대형 식당을 운영했던 ‘사장님’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한파로 식당이 부도나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했다. 은행 빚 7000만원을 갚고,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는 데 7년 넘게 걸렸다. 올해 고교에 진학한 아들과 세 살배기 늦둥이 딸을 위해 주유소 아르바이트와 택배 기사 등 돈이 되는 일이면 가리지 않았다.
노점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150만원을 주고 1996년식 LPG 화물차를 샀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무릎 한번 펴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0.8t의 스낵카에서 종일 쪼그리고 앉아 장사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폐차 직전의 차는 툭하면 시동이 걸리지 않아 장사를 못 나간 적도 많았다. 차량을 바꾸기 위해서는 600만∼800만원이 필요했지만 돈을 빌리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신한미소금융재단 개소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대출신청을 했고, 지난 7일 재단으로부터 대출금 500만원을 입금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규정상 무등록 영세사업자는 500만원까지만 대출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는 재단 관계자의 말에 더 고마움을 느꼈다는 이씨는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 조그만 분식집도 내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고 말했다.
◇미소금융 출범 한 달…희망의 싹 틔워=미소금융이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이씨의 경우처럼 미소금융을 통해 자활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14일 금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미소금융재단 지역지점을 방문해 상담 접수를 한 인원은 5872명이다.
이 가운데 33%인 1938명이 대출 가능자로 분류됐으며 대출을 위한 컨설팅과 상담 등 세부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이 같은 과정을 마치고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날 현재 28명, 대출금액은 총 1억3600만원이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9곳의 지역재단이 설립됐고, 앞으로 지점이 확충되면 미소금융 사업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게 미소금융중앙재단 측의 전망이다. 김승유 중앙재단 이사장은 “이달 말에 2차 지점 모집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준비 작업을 거쳐 2월 말까지 지점 선정을 끝내면 상반기 중에 개점하는 지점이 40개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확대 위해 요건 완화해야=일각에서는 저신용·저소득층의 자활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사업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원 실적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소금융재단 지역법인마다 대출신청자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3명 중 2명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신용도 7등급 이하이며 창업자금의 50%를 확보해야한다는 등의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신용회복위원회는 고금리 대출을 10% 초반대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하는 전환대출 대상자를 신용도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완화했다.
또 사업자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도록 한 것과 신용불량자와 국세 및 지방세 체납자 등을 지원 대상에서 무조건 배제하는 것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미소금융 출범 1개월간 대출기준에 대한 불만이 많았으나 사업 초기에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다만 2월 말쯤 대출 기준이나 개선점 등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황일송 김정현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