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교회 원로들의 세종시 苦言

입력 2010-01-14 18:55

한국 기독교계의 원로목사 21명이 어제 세종시 문제에 대한 시국성명을 냈다. 한국 교회를 이끌어 온 원로 지도자들이 이처럼 성명까지 내게 된 것은 세종시 문제로 야기되고 있는 작금의 분열과 혼란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로들은 성명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빚어지는 혼란은 온 국민이 원하는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심각한 지역·이념·정파적 분열을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의 조기 수습을 촉구했다. 원로들의 이 같은 우려는 국민 모두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세종시 문제로 나라가 더 이상 대립과 분열로 치달아선 안 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법인데 원로들은 “정부부처가 나뉘거나 수도가 분할됨으로써 그에 따른 행정적 비효율과 막대한 유무형의 국가적 손실을 염려한다”고 밝혀 원안 고수보다 수정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 급변하는 세계 정세, 치열한 국제 환경과 통일한국의 미래를 종합해 볼 때 수정안이 충청 지역과 국가 발전에 더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원로들은 구체적인 충고와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부에는 수정안의 내용, 취지를 국민과 충청도민들이 제대로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소통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권고했다. 여당에는 책임 있는 자세로 여론 설득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겐 열린 자세로 대국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야당에는 무조건 반대가 아닌 합리적 토론과 대안 제시를, 충청도민에게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수정안을 검토할 것을 부탁했다.

어려운 선택앞에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상황이다. 교회 원로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시국성명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한자 한자마다 지역이나 당파를 초월해 나라의 장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애국심과 충정이 진하게 녹아 있음이 느껴진다. 교계 지도자들의 의견이 정략적인 이해 관계와 욕심 때문에 풀리지 않는 세종시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