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의 당위성

입력 2010-01-14 18:55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부흥계획’이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흥계획은 군사 부문의 대응책인 ‘작전계획 5029’와 달리 행정 부문의 대응책이다. 1994년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 후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마련한 ‘충무계획’과 같은 성격으로 정세 변화에 따라 수시로 손질해 왔지만 최근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로 대폭 수정했다는 것이다.

북한 급변시 정부가 북한 지역을 비상 통치한다는 계획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통일부 장관이 책임을 맡는 ‘북한자유화행정본부’(가칭) 설치 계획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새 계획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내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과 접목된 점이 특징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경제를 부흥시킨 미국의 ‘마셜 플랜’을 연상케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후계세습 불안,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 북한의 사정은 어느 때보다 위기다. 북한 급변시 중국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난민 유입을 막고 북한 핵무기의 안전을 확보하는 등 중국이 내세울 명분도 없지는 않다. 북한 급변사태의 변칙적인 전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잘 다듬은 비상계획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다. 비상계획은 북한 급변을 연착륙시켜 통일의 길로 유도하기 위한 매뉴얼이다.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 5027’이 지난해 말 북한에 해킹 당한 후 북한은 탱크남침 훈련 사진을 공개하는 것으로 반발했다. 국내 종북단체들은 노무현 정권 때 중단됐던 ‘작계 5029’가 현 정부에서 되살아나자 “북한침략 계획”이라며 폐기하도록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 급변에 대비하는 일은 북한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 민족으로서 그런 계획이 없는 게 비정상이라 하겠다. 다만 새 계획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