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충청권 여론몰이… 민주당 “수정안 국회서 부결”

입력 2010-01-14 21:54

충청 일부 주민 반응 싸늘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14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충남도당 신년교례회 및 국정보고대회’에 참석했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충청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민심을 설득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특히 정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 박근혜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생이라는 젊은 사람이 애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익사했다는 고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세종시 원안고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박 전 대표를 융통성 없이 고집을 부리다 목숨을 잃은 미생에 빗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이정현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자는 박 전 대표를 이런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면서 “말을 가려서 하라”고 정면 반박했다.

충남 국정보고대회에서도 지도부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자리를 함께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도 “우리가 국정운영 해보니 (세종시 수정에 대해)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김태흠 충남 보령·서천 당협위원장은 박 수석의 발언 도중 “충청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우리보고 죽으란 소리”라며 “현재 충청주민 전체적인 분위기는 원안고수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충남도당 국정보고대회를 시작으로 19일에는 대전시당 국정보고대회를 여는 등 초반에는 충청권 여론설득에 집중한 뒤, 다음달초까지 시·도당 및 당원협의회별 국정보고대회 등을 진행하면서 전국에서 여론전을 펼 계획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여론몰이에 맞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관련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 법안이 넘어오면 다른 야당과 함께 부결시키고 원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가 2월내에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문제를 어떻게 풀고 어떤 절차로 할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세균 대표도 ‘행복도시 원안사수를 위한 연석회의’에 참석, “(세종시 수정안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소중한 가치 후퇴뿐 아니라 재벌 땅퍼주기”라며 “국회에서 수정안을 부결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천안=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