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서 원로회의 개최… “특정문제 관계없이 국정 처리”
입력 2010-01-14 21:29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민원로회의 오찬에서 “특정한 문제에 얽매여 국정 전반의 차질을 빚는 우(愚)를 범하지 않겠다”며 “올해 우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어느 한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정한 문제’란 세종시 수정안을 일컫는다. 세종시 문제에만 얽매여 다른 현안을 소홀히 챙기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초 국민원로회의는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국가 원로들의 이해를 구하는 성격이 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로들도 세종시 문제에 대한 발언을 많이 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한번 만나고, 생각이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고, 이어령 전 장관은 “세종시 이름에 중심도시라는 말을 넣어 충청인들이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철승 전 헌정회 회장은 “수도분할은 국익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정부안을 지지했다. 대다수 원로들이 수정안 찬성 입장을 보였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원론적인 발언만 했다. 의식적으로 세종시 관련 언급을 피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일 우려스러운 것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대립하면서, 세종시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관련 기자회견이 연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경 입장을 쏟아내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통령은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일종의 로키(Low Key·낮은 목소리) 전략이다. 세종시는 세종시고, 국정은 국정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로키 전략에는 여론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박 전 대표와의 전면전을 자제하고, 대국민 설득과 홍보에 주력하면 우호적인 여론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서 남북관계, 국격, G20정상회의, 대외원조, 미·중·일과의 관계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가 과거보다는 정상적인 궤도로 가고 있으며, 이 기회(6·25 60주년)에 남북관계도 개선되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