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대참사] 극적 생존 기업인의 증언 “투숙객 출입문 몰려 아비규환”

입력 2010-01-14 18:38

12일 오후 4시53분(현지시간)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객실 바닥에서 심한 진동이 느껴졌다. 아이티 카리브호텔에서 머물던 I사 강모(59) 사장은 서둘러 옷가지와 중요한 서류만 챙겨 일행 2명과 함께 호텔을 가까스로 빠져나갔다. 호텔 출입문은 빠져나가려는 투숙객들로 아비규환이었다.

강 사장은 호텔을 나와 휴대전화를 들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함께 있던 직원 정모씨와 재미교포 김모씨도 마찬가지였다. 강 사장 일행은 하는 수 없이 하룻밤을 호텔 인근 길거리에서 보낸 뒤 차량을 수소문했다.

가까스로 차를 구한 이들은 13일 오전 아이티와 접경 국가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오후 1시40분쯤 국경을 넘으면서 강 사장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 드디어 부인이 전화를 받았다. “나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마.”

강 사장 부인한테 연락을 받은 I사 임원 김모(47)씨는 곧바로 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4일 새벽 3시50분(이하 한국시간)이었다. “무사하십니까.” “모두 무사하고 차량을 빌려서 지금 도미니카 국경을 넘어가는 상황인데 걱정하지 마세요.”

서울 도화동 I사 본사 인근 사무실에서 밤을 샌 임원 4명은 새벽에 들려온 생존 소식에 ‘야호’ 환호성을 지르며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직원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I사 측은 전날 오전 8시쯤 지진 소식을 접하고 강 사장 일행과 현지 영사 협력원 양모씨,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외교통상부 등과 연락을 시도했다. I사 측은 오후 2시쯤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 측으로부터 “카리브호텔은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현지 사람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맘을 놓을 수 없었다.

의류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강 사장은 중남미 지역의 생산 공장을 알아보려고 아이티에 갔다. 그는 지금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에 머물고 있으며 7일 뒤 돌아올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