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 연일 최고치 경신 이유는?… 낭비 부추기는 요금 체계 탓

입력 2010-01-15 00:17

최경환 장관, 겨울 요금 인상 시사

최대전력수요가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 절약을 당부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소비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기 낭비를 부추기는 에너지별, 소비부문별로 왜곡된 요금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지금 전기요금체계는 산업용, 농사용, 심야전기요금을 원가보다 훨씬 더 싸게 공급하고 그에 따른 적자를 일반 가정용 및 상업용 전기요금을 비싸게 책정함으로써 메우는 식으로 돼 있다. 이를 교차보조제도라고 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과 농사용 전기요금은 ㎾/h당 80.50원과 48.19원으로 평균생산단가인 89.55원보다 싸게 책정된다. 가장 큰 왜곡요인인 심야전력도 51.95원에 불과하다. 반면 주택용은 130.72원, 일반(상업용)요금은 111.16원, 교육용은 92.80원이다. 이처럼 원가 이하의 싼 전기요금을 통해 특정 소비부문에 돌아가는 교차보조금 규모는 연간 1조4220억원(2007년)에 이른다.

에너지 간의 가격 격차도 문제다. 국내 등유와 도시가스 요금은 2002년 대비 2008년에 각각 123.6% 와 28.0% 인상된 반면 전기요금은 5.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등유 소비는 52.7% 감소하고, 도시가스 소비는 14.6% 증가한 데 비해 전기소비는 38.3%나 늘었다.

이에 따라 농촌과 비닐하우스 난방을 위해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등의 비효율적 소비행태가 늘고 있다. 도시에서도 가정용 전기난방기기 보급이 늘고, 음식 숙박업소 등에서 전기온돌 채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 같은 에너지원 간 비효율적 대체소비 증가에 따른 에너지손실액이 연간 9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2차 에너지인 전기는 난방에 비효율적이다. 1차 에너지인 석탄, 경유, 심지어 가스를 태워 만든 전기를 다시 난방에 쓸 경우 1차 에너지에 비해 효율이 30∼4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식경제부는 한전 적자 보전을 위한 소폭의 요금인상 같은 미세조정으로 일관해 왔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14일 상대적으로 싼 겨울철 전력요금과 산업 및 교육용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시사했다. 교차보조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기존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한밭대 경제학과 조영탁 교수는 “미세조정보다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생산원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격왜곡을 시정하되 농업용 전기에 대해서는 직접보조금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가격에 환경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김현길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