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스타워즈 중국 위협론

입력 2010-01-14 22:12


중국은 최근 육상기지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대기권 밖을 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일환인 ‘지상발사형 중간비행단계 방어(GMD)’로 추정하고 있다. 지대공 미사일로 우주 공간에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미국도 14차례 실험했지만 8차례만 성공했다고 한다.



중국 측이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이번에 성공한 요격 미사일은 ‘훙치(紅旗·HQ)9’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S-300을 개량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사거리 6∼300㎞, 요격 고도는 0.5∼1.5㎞로 알려져 있다.

이번 요격미사일 발사는 그동안 중국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우주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실험은 우주공간에 파편을 남기지 않았고, 우주 항공의 안전을 위협하지도 않았다”고 밝힘으로써 이를 증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실험은 방어적인 것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꾸준히 우주공간에서의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려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쉬치량(許其亮) 중국 공군사령관의 발언은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무심코 발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고 군비 경쟁에 나서겠다는 야심을 공개적으로 밝혔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우려가 제기되자 중국이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그렇다 해도 그의 직위 등을 감안할 때 그의 발언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당시 우주의 무기화 및 군비 경쟁을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어떤 형태의 우주 군비 경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까지 진화에 나섰다. 후 주석은 “중국은 방어 위주이며 군사 확장이나 군비 경쟁을 절대 추구하지 않고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국방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 요격 실험은 중국의 이 같은 호언이 사실과 다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시기적으로는 미국이 최근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3을 비롯한 첨단 무기를 대만에 판매키로 한 데 대한 대응 성격도 적지 않다.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주요 언론들은 패트리엇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며 사실상 미국과 군비 경쟁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특히 미래는 ‘스타워즈(Star Wars)’ 시대라는 점에서 중국의 움직임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중국이 끊임없이 달 탐사 위성을 쏘아올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로켓 기술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기술과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는 10월 달 탐사위성 창어2호 발사에 이어 2012년 무인 우주선 창어3호를 달에 착륙시키고, 2017년 이전까지 유인 우주선 달 착륙을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앞서 2007년 1월에는 위성 공격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우주 궤도상의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워즈 시대를 향한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은 ‘중국 위협론’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은 이번 미사일 실험 발사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인도 등 주변국들도 중국의 MD 체제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여 자칫 군사력 경쟁을 촉발시킬 조짐이다. 일본 민주당의 실력자로 꼽히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 량광례(梁光烈)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만났다. 오자와는 “중국 군사력 증강과 현대화에 대해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며 방위력 증강을 주장하는 일본인이 많다”고 말했었다.

우리 정부도 중국 위협론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미국 일본 등 주변국의 대응과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베이징 =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