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한 기독인들의 마음가짐… 죄의 결과라는 해석은 금물

입력 2010-01-14 19:04

긍휼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생존을 위해 ‘진흙과자’까지 먹는 1000여만 명의 아이티인들에게 왜 이런 재난이 겹쳐서 닥치는가. 지구촌에 엄청난 재난이 몰려 올 때마다 크리스천들은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재난에 대한 하나님의 뜻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목회자와 조직신학자들은 재난이 죄의 결과라는 도식적인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지진을 부두교가 성행하고 있는 아이티에 대한 응징이라고 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누가복음 13장에 보면 갈릴리인들이 빌라도에 의해 학살당한 사건이 나온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 갈릴리 사람들이 이런 변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리 사람들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라면서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라고 경고하신다. 이번 지진으로 아이티인뿐 아니라 이들을 돕기 위해 현지로 간 수많은 크리스천 구호기관 관계자도 희생됐다.

할렐루야교회 김상복 목사는 “이번 지진은 하나의 자연 법칙에 따른 결과로 개인과 국가가 자행한 죄의 대가는 아니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긍휼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고통에는 여러 이유가 있으며 자연 법칙도 그 중의 하나”라면서 “제한된 인간이 무제한적인 하나님의 뜻을 파악하기란 사실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통 가운데서도 선하신 하나님의 뜻이 결국은 펼쳐진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김진섭 원장은 이번 재난과 관련해서 크리스천들은 시편46편10절을 묵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재난이 일어난 뒤에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너희는 잠깐 손을 멈추고 내가 하나님인 줄 알아라.” 김 원장은 “쓰나미와 허리케인 등 여러 재난은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일 수 있다”면서 “이번 재난을 통해 전능하신 하나님을 인식하면서 고통받는 아이티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