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액션사극에 스타일을 입히다

입력 2010-01-14 17:46


KBS 수목드라마 ‘추노’가 신선한 소재와 새로운 내러티브, 빼어난 영상으로 ‘액션사극’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지난 6일 시청률 19.7%(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시작한 ‘추노’는 3회 만에 26.4%로 오르며 인기가 거침이 없다. 사극에 스타일을 입힌 ‘추노’의 실험에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

기존 사극에서 액션은 전쟁 장면이었다. 양 진영에서 대포를 쏘고 화살을 날리는 전투가 주였다. 개인의 움직임보다는 진영의 움직임이 중요했고 날렵한 동작보다는 거시적인 전술이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추노’의 액션은 일대일의 격투기다. 동작 하나하나에 캐릭터와 인생이 녹아있다. 길거리에서 무술을 익힌 대길(장혁 분)은 맨손싸움에 능하다. 민첩하게 장애물을 피하고 주변에 있는 의자, 장대 등 소품을 활용한다. 반면 무사출신 태하(오지호 분)는 정통 무술을 선보인다. 대길의 창의적인 공격에 절제된 검무로 맞받아친다. 추노에서 ‘액션’은 양념이 아니다. ‘자명고’는 ‘액션사극’을 표방했지만 와이어를 매달고 검을 휘두르는 액션이 줄거리의 핵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추노’에서 등장인물 간의 몸싸움은 말없는 대화이며 줄거리를 끄는 힘이다.

‘액션사극’은 빼어난 영상미로 살아난다. 울트라 화질(UD)을 지원하는 두 대의 방송카메라는 근육이 꿈틀대고 땀이 솟는 육체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또한 슬로 모션과 클로즈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촬영기법도 일품이다.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대길의 몸짓을 느리게 붙잡아두다가 가격하는 순간은 화면에 가득 채우며 긴장감을 높인다.

‘추노’는 사극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도 차이가 난다. ‘대왕세종’ ‘대장금’ 등 기존 사극은 영웅담으로 수렴됐다. ‘국가’나 ‘명예’ 등 거대한 이념을 가진 주인공은 착한 마음씨로 난관을 극복했다. 하지만 ‘추노’의 개인은 사적인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 주인공 대길은 돈을 벌기위해 도망친 관노 태하를 쫓는다. 업복이(공형진 분)가 대길을 쫓는 이유는 자신을 잡아들인 대길에게 복수하고 싶어서다. 이 외에도 황철웅(이종혁 분)과 태하, 혜원(이다해 분)도 거시적 명분보다 각자의 사연에 의해 도망치고 쫓을 뿐이다. 또한 등장인물이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주인공 대길은 노비를 악착같이 잡아들이는 냉혈한이지만 한편에서는 노비 모녀를 구해주고 돈까지 쥐어주는 선한 인물이기도 하다.

조연출을 맡고 있는 박진석 피디는 “추노가 스토리 전개방식이나 액션 위주의 연출 등 기존 사극과 차별화되는 요소가 많다”면서 “사슬처럼 얽힌 여러 등장인물을 꼼꼼히 비추다가 어느 순간 이들의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