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땅,엘도라도 찾았다… 아마존 상류에 고대문명 흔적

입력 2010-01-14 18:04


그곳에 황금은 없었다… 전설은 전설로

밀림이 무성하고 위험할수록 열망은 커졌다. 사람들은 미답의 땅 어딘가에 거대한 부(富)가 감춰져 있다고 믿었다. 온몸이 황금가루로 덮인 황금 왕이 다스리는 황금제국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남미 아마존의 황금왕국 ‘엘도라도(El Dorado)’ 전설의 시작이다. 엘도라도는 스페인어로 황금으로 된 인간을 뜻한다. 이후 황금의 땅으로 통용됐다.

최근 아마존강 상류 볼리비아와 브라질 국경 근처(지도)에서 엘도라도 흔적이 발견됐다고 해서 세계 고고학계가 떠들썩해졌다. 고고학저널 ‘앤티쿼티’는 아마존 정글이 벌목된 자리에서 도로 등 옛 도시 구조물의 흔적이 250㎞에 걸쳐 펼쳐진 사실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학계는 잉카, 아즈텍 문명에 버금가는 고대문명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엘도라도 발견으로 15세기 이래 유럽 탐험가의 꿈은 이뤄졌을까. 안타깝게도 찾아낸 엘도라도는 고대문명이지 황금제국이 아니다. 현재로서 엘도라도의 땅 밑에 금이 묻혀 있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러나 엘도라도에 대한 꿈이 없었다면 엘도라도 문명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엘도라도가 과대망상으로 치부되는 과학의 세기. 우리가 금을 찾아 헤매는 몽상가의 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이는 이유다.

소문과 오해로 시작된 엘도라도 전설

엘도라도는 유럽인의 오해에서 시작됐다. 신대륙에 대한 환상을 갖고 남미로 몰려든 15세기 말 스페인 정복자들은 원주민 전통의식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신의 욕망을 보태 상상의 땅 엘도라도를 만들어냈다.

먼 옛날 남미대륙에 살던 치브차족에게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매년 족장이 선출되면 그를 황금가루 위에 굴린 뒤 성스러운 호수에서 몸을 씻게 했다. 더불어 황금과 에메랄드 조각을 물 속에 던졌다. 부족의 안녕을 비는 일종의 기원의식이다.

황금인간을 만드는 치브차족의 연례행사는 유럽인이 나타나기 전에 사라졌다. 하지만 잊혀졌던 치브차족 전통은 탐험대를 통해 황금도시 전설로 탈바꿈했다.

비슷한 이야기는 또 있다. 남미 원주민 무이스카 부족에게는 황금가루를 바른 공물을 호수 여신에게 바치는 의식이 전해내려 왔다. 이 의식이 다른 풍문과 뒤섞여 엘도라도가 탄생했다는 설도 있다.

대장정이 발견한 진짜 엘도라도

15세기 말 이래 이어져온 남미 엘도라도 탐험은 실패의 역사였다. 황금제국 발견이 목표라면 그렇다. 그러나 탐험은 엉뚱한 곳에서 뜻밖의 성과를 얻었다. 바로 남미의 광활한 자연이다.

곤살로 피사로(잉카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남동생)와 프란시스코 데 오레야나 탐험대는 강을 따라 5000㎞를 탐험하다 유럽인 최초로 브라질 및 페루의 열대우림지대와 조우했다. 당시 탐험대 보고서는 이 밀림지대를 그리스 신화 속 여전사의 나라에 빗대 아마조니아(스페인어로 아마조나스)라고 지칭했다. 지금의 아마존이다.

1540년에는 프란시스코 바스케스 데 코로나도가 ‘치볼라의 7개 황금도시’를 찾아 미국 캔자스주 북쪽까지 올라갔다. 1595년 영국의 월터 롤리경도 엘도라도를 찾다가 오리노코강(베네수엘라를 관통해 대서양으로 흐르는 강) 유역까지 갔다. 롤리경 역시 오리노코강을 확인한 최초의 유럽인이 됐다.

18세기 초 알렉산더 폰 훔볼트 이후 탐험은 탐사로 본격화됐다. 근대 지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훔볼트는 5년간 중남미를 탐험하며 동·식물과 광물 등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남겼다. 지금도 페루 해안을 북상하는 해류는 ‘훔볼트 해류’로 불린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