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칼’ 탈북자 정보… 화폐개혁 직후 검증안된 소식 혼란 우려
입력 2010-01-14 18:10
“북한 전문 매체들이 특종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알기론 오보도 많다. 탈북자들이 중요한 정보 소스임에는 틀림없지만 걸러내야 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 교차검증이 매우 중요한데, 듣는 대로 다 쓰는 게 아닌가 싶다.”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열린북한통신 1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한 장용훈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가 한 말이다. 이번 토론회는 대북 전문 언론매체 활동의 의의와 전망 등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좀 더 중립적으로 평가했다. “매우 유용한 정보를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쏟아지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에 내란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보도한 게 대표적 사례다.”
탈북자들의 정보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가진 양날의 칼이다. 북한뉴스의 저수지, 아니면 늪이 될 수 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박사는 탈북자 정보의 지역 편중을 지적했다. 그는 “탈북자 정보는 대부분 국경지역에서 도는 얘기들”이라며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을 뿐 아니라 뉴스의 중심인 평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 매체들이 주도적으로 보도해온 ‘김정은 후계설’은 단적인 예가 된다. 김 박사는 “김정은 후계 관련 뉴스도 대부분 국경지역에서 나온다”며 “이상한 것은 평양으로 가까이 갈수록 김정은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됐다는 정보는 무성하지만 아직 결정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며 “요즘 북한에서도 남한 라디오를 많이 듣는데, 남한에서 나온 뉴스를 북한에서 듣고 그 정보가 다시 남한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북한 전문 매체들은 북한 정보량을 폭발적으로 확장시켰다. 그러나 호위총국이나 국가안전보위부, 당총비서 서기실, 보위사령부 같은 권력 핵심부에서 나오는 평양정보에는 여전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은 “탈북자 중 고위급 엘리트 출신이 많아졌고, 김정일 위원장이 아프고 나서 북한 고위급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깊은 곳(평양)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북한 전문 매체들은 아직 언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북소식지’ 정도로 불린다. 매체 스스로도 언론활동이 아니라 언론정보 활동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고 있다. 자신들이 쓰는 소식이 언론과 정보 사이에 존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