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없는 사법부-인권에 눈감은 法 (상)] 눈에 띄는 재심 판결
입력 2010-01-13 22:02
아람회 사건 “본연의 역할 다하지 못했다”-오송회 사건 “사법정의 가슴에 묻는 계기”
유죄판결을 받았던 과거 시국사건의 재심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사법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상당부분 외면했지만 일부 판사들은 판결문에 직접 사과문을 넣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법 형사3부 이성호 부장판사가 작성한 ‘아람회 사건’ 판결문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는 “법관으로 대표되는 사법부는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소박한 신념을 가졌던 교사와 마을금고 직원 등 피고인들이 재판과정에서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절규했는데도 당시 법관이 외면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 중 돌아가신 분은 하늘에서 편안하게 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여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광주고법 형사1부 이한주 부장판사가 2008년 11월 작성한 ‘오송회 사건’ 판결문에도 진심어린 사과의 뜻이 담겨있다. 그는 “피고인이 협박과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려는 당시 재판부의 의지가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며 “우리 재판부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두려워 마라. 법대 위에서 법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라’는 문구를 가슴에 묻게 됐다”고 말했다. 당사자에게 깊은 사과를 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