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 첫 방한… “한국 여성 주인공으로 언젠가 소설 쓰고 싶다”

입력 2010-01-13 19:06

‘구해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등의 소설로 인기를 얻은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35)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2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난 뮈소는 “2∼3년 전부터 한국 독자들의 이메일과 편지를 받고 있어서 이번 방한 제의에 기꺼이 응하게 됐다”며 “친한 친구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방한했다가 돌아와서는 한국에서 내가 정말 인기가 많다고 전해주기도 했다”고 웃었다.

2001년 소설 ‘스키다마링크’로 데뷔한 기욤 뮈소는 생생한 장면 묘사와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프랑스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30여개국에 소개돼 인기를 얻고 있다. “원래 집필 중인 작품이 있을 때는 해외 방문을 자제하는데 한국은 예외였다”고 말한 그는 “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작가라기보다는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라며 “내가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 고통, 연민, 죽음, 열정 등은 모든 문화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상처 극복 능력에 대해 많이 다루려고 한다”며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신체적인 아픔 등 여러 트라우마를 겪는데,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관심을 갖는 편”이라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뮈소의 작품은 영상 세대의 입맛에 걸맞게 비주얼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뮈소의 작품 몇 편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전통문화와 영상문화 사이에 끼어 있는 세대”라며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어머니를 둔 덕분에 어려서 두루 섭렵한 고전문학들과 청소년기에 접한 TV, 영화, 비디오게임 등이 내 작품에 두루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신작 ‘당신 없는 나는’에서 오문진이라는 한국 여성을 등장시킨 데 대해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의미로 한국 인물을 등장시켰다”며 “언젠가는 한국 여성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20대 여학생, 30대 파리지앵, 브라질의 중년 여성 등 국적과 세대가 다른 분들의 공감을 받는 게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한 그는 이날 독자들과 ‘당신 없는 나는’을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함께 읽은 뒤 영화 ‘타인의 취향’을 관람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