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생필품 할인 전쟁’ 장군멍군
입력 2010-01-13 21:49
대형마트 가격 인하 경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14일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이마트가 지난 7일 상시할인을 내세우며 생활필수품 12개 품목 가격을 낮추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는 매일 다른 업체 가격 동향을 확인한 뒤 점포별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14∼20일 ‘앗싸다비아 신선축제-꽁꽁 언 신선식품 물가 녹였어요∼!’ 행사를 통해 쌀, 한우, 사과 등을 최고 50% 할인 판매한다고 13일 밝혔다. 홈플러스는 쌀 600t, 사과 130t, 양파 100t, 물오징어 60t, 생닭 50t 등 신선식품 1200t을 준비했다. 직거래 물량을 평소 대비 40% 이상 늘린 것이다. 대규모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마트 본연의 가격할인 정책이란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8, 9일 두 차례 최고 50.5% 가격을 낮춘 것이 이마트의 돌발 가격 인하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면 이번 행사는 2001년 업계 최초로 시작한 농산물 전 품목 산지 직거래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침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7일과 11∼12일 가격 인하로 맞대응한 데 이어 14일 시작하는 할인전에서 최고 50% 할인한 상품들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가격을 낮춘 삼겹살, CJ제일제당 ‘햇반’, 서울우유 가격을 이마트와 같거나 10원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 이마트 측은 “순차적으로 상시할인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품목은 없다”며 “대형마트 업태의 본래 성격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상시할인 정책은 오는 5∼6월 리뉴얼 오픈할 이마트몰과 함께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동반 성장하기 위한 포석 성격이 강하다. 정용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온라인 시장 1위를 강조하면서 “대형마트 부문은 분발해 달라”고 말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4.5%(추정).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았다. 지난해 불황 여파와 함께 오픈마켓에 시장을 일부 빼앗겼기 때문이다. 옥션은 ‘마트 대신 옥션’을 내걸면서 식품 매출이 51% 신장했다. 신세계는 1993년 이마트 시대를 개막한 이래 처음으로 단일점포 매출(1월 1일∼12월 17일 기준) 1위를 홈플러스 서울 상암동 월드컵점에 빼앗기기도 했다. 신세계는 상시할인 정책을 통해 이마트 매장에 고객을 끌어 모은 뒤 온라인 이마트몰 연계 서비스로 마트 1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간 가격 경쟁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반갑다. 하지만 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업체는 마진을 줄여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마진 공급도 불가피하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은 결과적으로 생산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수산물 위주의 대량 직구매 형태로 가격을 내려 제조업체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